* 발제 자료는 첨부파일에 있습니다.
9월 16일 수요일 저녁 7시, ‘이주민과 함께하는 건강세상’ 소모임 이건세 5회차가 온라인 ZOOM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모임에서는 나백주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의 ‘공공병원과 이주민’ 발표를 듣고, 의료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민의 현실과 공공의료의 역할을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아파도 병원에 가기 어려운 이유
이주민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함께 살아가고 일하고 있지만, 아플 때 필요한 치료를 받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불안정한 고용과 장시간 노동, 열악한 주거환경은 건강을 위협하고, 의료비 부담과 언어 장벽은 병원 방문을 어렵게 만듭니다. 미등록 이주민에게는 신분이 드러나거나 단속될 수 있다는 두려움도 더해집니다. 이주민이 많이 일하는 농촌과 도시 외곽의 산업단지는 의료기관이 부족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가까운 병원을 찾기 어렵고, 평일 낮에만 이용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는 일을 쉬기 어려운 이주노동자에게 높은 문턱이 됩니다. 이러한 어려움이 겹치면 초기 치료를 놓치고, 상태가 악화된 뒤에야 응급실이나 입원 치료를 받게 될 수 있습니다. 나백주 공동대표는 이주민의 건강 문제가 의료 이용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과 주거, 체류제도, 지역의 의료환경이 맞물린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건강보험과 의료지원제도 사이의 빈틈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문제는 미등록 이주민에게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등록된 체류자라도 체류자격이나 가입 요건, 고용 형태 등에 따라 의료보장의 공백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보험료 체납으로 인한 급여 제한과 체류 연장의 어려움이 겹치면 생활은 더욱 불안정해집니다.
발표에서는 건강보험이 없는 이주민에게 높은 진료비가 부과되는 ‘국제수가’ 문제도 다뤘습니다. 의료관광을 목적으로 방문한 외국인과 국내에서 생활하고 일하는 이주민을 구분하지 않고 높은 비용을 청구하는 현실은, 꼭 필요한 치료마저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공적 의료지원사업 역시 지원 대상과 진료 범위가 제한적이고,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기 어렵거나 수행 의료기관이 부족한 문제가 있습니다. 제도가 있어도 실제로 이용하기까지는 여러 장벽이 남아 있는 것입니다.
공공병원이 역할을 하려면
이러한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공공병원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공공병원도 인력과 재정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필수 진료과를 유지하지 못하거나 입원·응급진료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다면, 지역주민과 이주민 모두에게 필요한 안전망이 되기 어렵습니다.
나백주 공동대표는 공공병원이 수행하는 필수의료와 감염병 대응, 취약계층 진료를 수익성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공공적 역할을 지속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재정 지원과 인력 확충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주민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과제로는 의료 통번역, 야간·휴일 진료, 찾아가는 검진, 의료비 지원 안내와 연계 등이 제시되었습니다. 보건소와 공공병원, 지역 의료기관, 이주민 지원단체가 협력하고, 이주민 당사자가 지역 보건의료 정책을 논의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현장에서 전해진 이야기들
발표 이후에는 참여자들의 경험과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영유아 예방접종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알지 못하거나, 보건소 운영시간에 맞춰 방문하기 어려워 비용을 부담하는 사례가 공유되었습니다. 지원제도를 만드는 것과 함께, 필요한 사람이 정보를 알고 실제로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의료지원 현장에서는 예산 부족으로 지원 신청이 어렵거나, 이미 결정된 지원금의 지급이 지연되는 경험도 전해졌습니다. 참여자들은 아동과 임신·출산 과정의 의료보장을 강화하고, 마련된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눴습니다. 민간단체와 의료인의 노력만으로 의료보장의 빈틈을 계속 메우기 어렵다는 문제의식도 이어졌습니다.
병원의 의사소통 방식과 조직문화에 관한 논의도 있었습니다. 환자 개인에게 의료정보를 이해할 책임을 맡기는 데 그치지 않고, 의료기관이 다양한 언어와 배경을 가진 환자에게 진료 과정과 복약 방법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의료진과 기관장 교육, 환자의 권리와 접근성을 살피는 평가가 함께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습니다.
이주민의 건강이 우리 모두의 건강이 되려면
이번 모임은 이주민 건강권과 지역 공공의료의 과제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누구나 필요한 때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를 만드는 일은 이주민과 지역주민 모두의 건강을 지키는 일입니다.
이건세는 10월 21일 라운드테이블에서 그동안의 논의를 이어갑니다. ‘이주민의 건강이 우리 모두의 건강이 되려면’이라는 주제로, 의료보장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변화와 함께할 수 있는 실천을 나눌 예정입니다.
▶ 다음 모임 안내 (이건세 6회차 라운드테이블) 일시: 2026년 10월 21일(수) 오후 7시 장소: 서울 중구 만리재로35길 30, 2층 브라운 테이블 진행방식: 온·오프라인 동시진행 참여대상: 이건세 참여자 및 회원, 관심있는 시민 신청링크: bit.ly/konse2026_10 문의: 02-2269-1901 건강세상네트워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