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는 AI를 활용해 제작했습니다.
지난 6월 17일, 제갈현숙 님(독립연구자, 노동권연구소 연구위원)을 모시고 건강세상네트워크 이주민 건강권 소모임, ‘이건세’ 3회차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모임은 ‘이주민은 어떻게 건강보장에서 배제되는가?’를 주제로, 한국 사회의 건강보장 제도 내에서 이주민이 처한 배제의 현실을 짚어보고 논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제갈현숙 님의 발제에 흔히 제기되는 '이주민 건강보험 무임승차론'의 실상을 통계와 제도를 통해 살펴봤습니다. 실제로 이주민 가입자들은 매년 건강보험 재정에 흑자를 안겨주는 순기여자임에도 불구하고, 현행 국민건강보험 제도는 이주민에게 여러 차별적 장벽을 적용하고 있었습니다. 저소득층이라 할지라도 소득과 무관하게 내국인 평균 이상의 비싼 보험료를 일률적으로 내야 하고, 직계존속이나 성년 자녀는 피부양자로 등록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내국인은 6회까지 체납을 유예해 주는 반면, 이주민은 단 1회만 보험료가 밀려도 다음 달 1일부터 즉시 의료 혜택이 중단되며 비자 연장까지 제한받는 극단적인 처분을 감당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미등록 이주민들을 사지로 내모는 국제수가의 덫이었습니다. 본래 해외에서 오는 단기 의료관광객을 위해 만들어진 비싼 수급 체계를, 우리 사회에서 땀 흘려 일하는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에게 들이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건강보험 수가의 3~10배에 달하는 이 자의적인 의료비 폭탄 탓에, 맹장 수술에 1천만 원이 넘게 청구되거나 심장 이식 수술 후 5억 원 이상이 청구되는 비극적인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이주민들은 비싼 병원비와 단속의 두려움 때문에 병을 꾹 참다가, 손쓸 수 없는 중증 상태가 되어서야 응급실에 실려 오고 마는 잔인한 현실에 놓여있습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한국 사회가 농·어업과 서비스업 등 다양한 산업에서 이주민의 노동력에 의존하고 있음에도, 정작 이들이 아플 때는 '언제든 떠날 사람' 취급하며 기본적인 의료 보장에는 소홀한 구조적 모순에 대해 의견을 나눴습니다. 건강권은 국적과 체류 자격에 앞서는 기본적인 인권입니다. 이주민을 단순히 경제적 도구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일원이자 '동료 시민'으로 포용해야 제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차별적인 건강보험 제도의 틀을 허물고, 이주민들이 안심하고 아플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향해 우리가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할지 깊이 고민하게 된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