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보 / 건강세상네트워크 정책위원장
1. 건강관리서비스?
건강관리서비스란 사람들이 금연?절주?식이?운동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여 스스로 건강을 증진하도록 평가?교육?상담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5월 8일 보도자료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 추진과제”라는 문서에서 이와 같이 정의하였다. 이러한 정의에 반론을 제기할만한 내용은 없다. 그러나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질병이 발생한 이후’가 아니라 ‘질병발생 이전’의 단계에서 사람들의 건강을 관리하고 증진하기 위한 서비스라는 것이다. 환자가 아닌 대다수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지금까지 이와 같은 국민의 건강관리는 국가의 책임으로 여겨져왔다. 헌법에도 국가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보건소를 포함한 국가 및 공공기관을 통해 국민의 건강관리를 하고자 했다. 이는 OECD 선진국은 물론, 많은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중앙정부는 국가적 차원에서, 지방정부는 지역적 차원에서 공중보건사업을 통해 국민의 건강관리를 위한 활발한 활동을 전개했다.
2. ‘건강관리’ + ‘서비스 시장’이 되면?
그런데 정부는 이와 같은 ‘건강관리서비스’를 ‘시장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돈벌이가 될만한 괜찮은 시장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의료서비스의 경우 ‘환자’라고 하는 제한적인 대상에게, ‘의료’라고 하는 독점적이고 전문적인 서비스공급자에게만 열려진 것이었다면, ‘건강관리서비스’는 ‘환자’보다 훨씬 많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독점적이지 않은’ 서비스 공급자에게도 허용할 수 있는 ‘서비스 산업’으로 판단한 모양이다. 이렇게 되면, 건강할 때는 ‘건강관리서비스’로, 질병으로 인해 환자가 되었을 때는 ‘의료서비스’로 이리저리 비용을 지불하게 만드는 것이다. 국민의 의료비, 건강관리비 부담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건강관리마저 시장에 내맡기며 국가의 책임을 회피하고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현 정부의 무책임한 자세에 대해 황당함을 넘어 분노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반면, 이런 정책이 실현된다고 가정해보면 우리 국민들 입장에서 서글픈 일이 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이젠 아플 때나, 아프지 않을 때나 언제나 우리의 신체와 건강상태는 자본에 더욱 강하게 예속되고 말 것이다.
3. 정부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지난 5월 8일, 국민의 건강권을 책임져야 할 보건복지가족부는 ‘건강관리서비스 시장 형성’을 위해 직접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건강관리서비스의 영리화, 상업화’를 위해 본격 나선 것이다. 하필이면 그날이 어버이날이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어버이날 노인과 부모들의 건강을 국가가 잘 돌보겠다는 정책을 발표하기는커녕, 이젠 돈이 없으면 건강관리마저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으니 황당하기 그지없다. 정부는 그동안 이와 같은 건강관리서비스를 보건소를 통해 해왔기 때문에 ‘접근성과 규모에서 불충분’하여 민간회사와 병원에게도 이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일단, 이런 설명부터 걸린다. 보건소를 통해 전국민의 건강관리를 못하겠다면, 정부가 보건지소를 더욱 확대해서 국민의 건강관리를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아예 ‘민간회사’에 이를 맡기겠다고 나선 것이다. 정부가 시장에 맡기고 발 빼겠다는 속셈이다. 또 한가지. ‘민간회사’에게 맡기겠단다. ‘민간회사’라는 표현은 보건복지가족부가 직접 사용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민간회사’는 ‘영리법인’을 뜻한다. 즉 ‘주식회사 보건소’를 차리겠다는 뜻이다. 예를 들자면, “주식회사 삼성건강관리”가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부자들이 건강관리를 받는 회사가 생길 것이다. 상대적으로 저소득자는 보건소로 몰리게 될 것이다. 결국 ‘보건소’의 공공서비스는 수준낮은 서비스로 몰락하게 되며, 건강관리에서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이 점이 의식이 된 모양인지, 5월 8일 보건복지가족부의 보도자료에는 저소득층에게 ‘바우처 제도’를 실시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바우처’, 지금 정부가 매우 좋아하는 정책이다. 현 정부는 양극화의 모든 문제를 ‘바우처’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바우처 제도’는 양극화의 만병통치약인 것이다. MB정부는 ‘바우처 정부’가 될 것인가? ‘바우처제도’가 없었다면 그들에겐 어쩔뻔 했나?
4. 우리 국민들에게는 어떤 영향으로 다가오나?
이처럼 건강관리서비스가 민영화되면, 우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건강관리에서의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다. 어떤 회사에게 나의 건강관리를 맡기는가가 그 사람의 신분과 경제적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건강관리에 대한 주체가 ‘나’에서 ‘자본’으로 옮겨지는 것은 물론이다. 둘째, 의료기관이 건강관리서비스를 병행할 경우 환자의 유인행위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건강관리서비스는 병원의 입장에서 볼 때 환자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역할을 맡게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민간보험회사가 건강관리서비스에 진입할 경우 보험회사가 보험가입자를 고르고 선택하는 부작용이 더욱 심해질 것이다. 넷째, 보건소의 공공적 기능이 붕괴되고, 저소득층의 건강관리기구로 위상이 추락하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다섯째, 국민건강관리를 위한 정부예산이 축소되어 저소득층의 건강에 더욱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5. 진정한 대안은?
건강관리서비스를 전면적으로 시장으로 내맡긴 나라는 어디일까?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이다. 보험회사가 건강관리서비스를 겸하며 이윤추구적 행태를 보여준 ‘식코’의 나라 미국이다. 이것이 과연 우리의 미래이자, 대안이어야 하는가? 우리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전국민주치의제를 실시하여 건강관리를 잘하여 되도록 의료이용을 하지 않게 유도하고, 질병에 걸리지 않게 관리하고 있는 나라의 예가 더욱 더 많다. 2000년 이후에도 독일과 프랑스가 전국민주치의제를 도입하며 성공적으로 정착되고 있는 사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전국민주치의제는 MB정부가 그토록 원하는 산업적 효과도 충분하다. 1차의료가 ‘전국민주치의제’로 재편되고, 대학병원들이 교육연구병원으로서 자기 위치를 찾아가게 되면, 2차의료(중소병원)의 입지가 넓어지게 되며, 그것이 가져올 고용 등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국민의 입장에서 의료비 부담을 낮추면서도 경제가 활성화에 기여하는 방향이 될 수도 있다. 한편, 지난 정부에서 시범사업까지 추진되었던 ‘도시형 보건지소’를 더욱 늘려 공공서비스를 통한 국민의 건강관리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복지를 통한 새로운 뉴딜정책이 될 수 있다. 국가가 국민의 건강관리를 책임진다는 정치적 효과도 물론이다. 이러한 정석으로의 해법이야말로 진정한 대안인 것이다. 공공서비스를 시장으로 내맡기는 정책은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 그만큼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 한다. 무조건 돈벌이에 내맡겨서는 안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