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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환자의 입장에서 선 훌륭한 의사가 되기 바랍니다2007-10-18 00:00
강주성(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





편집자 주)
이 글은 강주성 대표가 6월에 강의를 했던 모 의대 본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한 학생이 얼마 전 보내 온 메일에 강주성 대표가 답 글을 보낸 것입니다. 의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든 일반인이든 의료에 대한 스스로의 생각들을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이번 소식지에 게재합니다.


김00 님, 잘 지냈나요?
전에 강의 갔을 때 내게 명함을 달라고 했던 학생인가요?
아무튼 이렇게 메일도 보내주셔서 반갑고 또 고맙습니다.

보내주신 메일을 읽어보면서 먼저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 관점의 측면에서 한 가지 이야기하고 넘어갈까 합니다. 김00 님의 글에는 의료문제를 매우 개인적인 양심의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의 의료 관계를 개인과 개인의 문제로 보면서 문제의 원인을 결국 양비론적 결과로 이야기하고 있더군요.
내가 어렸을 때 정부가 이런 홍보를 한 적이 있었어요. 집집마다 한등을 끄면 일 년에 무려 몇 백억이 절약된다 는 내용이었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사실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개중에는 정말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이런 관점에서 시행되는 홍보가 결국 나중에 전력소모가 많아지게 되면 국민들의 의식 문제(의식이 낮아서라는)로 그 원인을 돌리게 되는 것은 그 관점으로부터 이미 예정되어 있는 것입니다.

집단의 행동양식은 어떤 개인에 의해 좌우되는 것보다는 그 집단 전체의 이해와 요구에 의해 결정됩니다. 현재의 의료문제들을 보는 관점이나 그것에 대한 원인을 진단하는 것도 그래서 매우 집단적인 관계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렇지 않게 되면 최근 복지부가 개선안이라고 내놓은 의료급여문제의 해결방안과 같은 대안이 도출됩니다. 의료쇼핑을 하는 환자들 때문에 의료급여 재정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보고 있는 관점에서는 막말로 그런 환자를 때려잡는 대안 밖에 나올 수없는 것이겠죠.(재정 증가의 요인으로 그것을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미미한 요인인데도 말입니다)

개별적으로는 아마 김00 학생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과다 이용을 유발하는 환자가 있을 수 있겠죠. 또한 그런 의사가 있을 수도 있는 것이고요. 하지만 이렇게 개인적인 문제로 환원을 시켜버리면 그 대안이라는 것이 결국 교육과 홍보를 통한 의식 개선 노력이나 과다 이용 환자 색출 그리고 과다의료 의사에 대한 징계나 의료비 삭감.... 뭐 이런 방법 밖에 더 나올 수 있는 게 없을 것입니다.
아마 내가 강의 중에 ‘공급자는 비급여를 개발하고 양산하고자 하는 경향성을 갖는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을 겁니다. 예전에 X-ray가 보험이 되니까 CT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CT가 보험이 되니까 MRI가 나왔습니다. 또 MRI가 보험이 되니까 이제는 PET가 나왔습니다. PET도 이미 부분적으로는 보험이 되었고, 아마 전 질병에 대해 보험이 적용되면 또 다른 장비와 행위들이 비급여로 등장할 것입니다. 이것은 장비만이 아니라 치료재료나 약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의료공급자들은 이렇게 비급여를 개발하고 양산하는 일종의 ‘경향성’을 갖습니다. 이것은 더 나은 의료의 질을 국민들에게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결코 부도덕하거나 나쁜 것이 아니지만 현실에서는 의료비의 증가와 함께 관리되지 않은 영역의 확충으로 인해 탈세의 영역으로 기능하게 되지요.

이런 전체적인 측면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합니다. 사회의 문제를 개개인의 도덕성의 문제로 보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일입니다. 질문하신 주사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주사제 처방을 선호하는 의사가 있을 수 있을 것이고, 또 마찬가지의 환자도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의사의 욕심으로만’ 이런 문제를 호도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호도 행위를무력화(?)시키기 위해서는 의사 집단 전체의 자정 노력이나 개선의지를 국민들에게 확인시켜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는 한 김문영 님이 걱정하는 문제는 아마 계속될 것입니다. 여기서 개인의 양심과 인간성의 좋고 나쁨은 이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아무런 요인이 되지 못합니다. 그렇게 될 때, 그런 호도 행위가 지속되거나 더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은 전적으로 의료공급자들의 책임임을 아셔야 합니다.

‘약을 많이 먹으면 아마 더 좋을 것이다’라거나 ‘오늘 병원에 가면 주사 맞게 해달라고 해야지’하는 생각들은 환자 스스로 만들어 낸 의식들이 아닙니다. 이런 의식들은 경증이든 중증의 질병이든 가리지 않고, 외국에 비해 무려 두 배 이상의 약을 쓰고 있는 우리나라 의료인들이 만들어 낸 것이고, 주사를 요구하는 환자에게 주사제의 부작용과 안전성에 대해 전혀 설명하지 않고 무작정 그 요구에 부응한 의료인들이 만든 문제들입니다.

교통사고 환자 중에 가짜 환자 문제가 계속 보도가 되었었죠? 낮에는 출근도 하고 여관처럼 밤에만 침대에 누워 있는 이런 가짜 환자는 환자와 의사 중 누가 더 문제일까요? 왜 이런 가짜 환자가 생겨났을까요? 자동차보험회사들은 이 가짜 환자들을 잡아내기 위해 병원 문 앞에서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면서 탐정처럼 아예 환자의 뒤를 밟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연 이렇게 하면 가짜 환자들이 없어질까요? 아닙니다. 이런 가짜 환자들을 용인해주면서 함께 돈을 벌고 있는 병원을 잡아야 만이 현재 그 병원 안에 있는 그리고 앞으로 그 병원에 와서 치료를 받을 수많은 가짜 환자를 근본적으로 없애는 것입니다. 의사가 환자에게 퇴원을 명령하여도 부득불 병원 침대에 남아 누워 있을 환자는 없습니다.(물론 개중에도 우격다짐으로 있을 환자도 있을 수는 있겠지요.) 이렇게 가짜 환자가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의사가 그 환자를 암묵적이든 적극적이든 용인해주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누가 뭐라던 한마디로 말해서 돈 때문에 그렇습니다.
의료인들은 이런 문제들에 대해 스스로 국민들에게 자기 고백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 이 사회에서 전문가로서의 의료인들이 가져야 할 자세이지요. 집단과 집단이든 개인과 개인이든 간에 상호 간의 신뢰와 믿음은 이런 자기 고백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외부에서 ‘그건 문제다.’라고 지적하는 부분에 대해 그 집단이 단 한 번도 자기반성을 하는 일이 없다면 아무도 그 집단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가질 수 없습니다.

스스로 건강해지려는 노력은 매우 소중합니다. 김00 님이 보내신 내용처럼 자식을 건강하게 키우려고 하는 마음이야 이 땅의 어떤 엄마들이 안 가지고 있겠습니까? 말씀하신 초음파는 비급여항목입니다. 한번 찍을 때마다 적게는 몇 만원에서 많게는 8만원, 9만원의 비용을 환자가 모두 내야 합니다. 임신을 인지한 후부터 한 달에 한두 번을 찍습니다. 임신부터 출산 때까지 무려 7~8회부터 많게는 20여 회도 찍고 있습니다. 이렇게 초음파를 찍어대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단연 톱이고 비슷한 나라도 아예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손에 꼽을 만큼 적을 겁니다. 문제는 이와 관련한 관점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기 돈 내고 내 아이 건강 체크하고 또 스스로 건강하자고 하는 데 무슨 문제가 있나’라는 생각이면 이건 문제라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여기는 자본주의 국가죠. 소비가 생산을 유발시키는 그래서 오히려 소비가 미덕인 체제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거의 대부분의 출산을 하는 여성들이 일이십 번씩 초음파를 찍을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돈 있는 사람들의 죄라거나 병원과 의사의 죄는 분명 아닙니다. 이 임신 여성들은 그러면 처음부터 스스로 초음파를 그렇게 많이 찍자고 했을까요? 그리고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스스로의 처지를 한탄하며 부모로서의 의무도 하지 못하는 인생에 절망해야 할까요? (아는지 모르시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경제적인 요인을 자기 삶의 결정에 있어서 결정적인 기준으로 두고 살아가는 사람이 이 땅에는 아주 아주 훨씬 더 많답니다.)
만약 과다의료 이용의 문제가 엄마의 사랑을 말하면서 의료이용을 늘려 나가는 국민들에게 그 원초적인 책임이 있다고 의료공급자들이 주장한다면 많은 국민들은 웃습니다. 현실에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의료는 적정하게 이용해야 한다.’는 것은 경제적인 문제보다 건강의 문제에 더 기초한 말입니다. 그래서 나는 초음파도 건강보험 급여로 인정해주고 경제적인 문제에 의해서가 아니라 누구나 적정하게 의료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00 님은 메일에서 “의료라는 것은 서비스이고 이것은 고객 만족의 차원이지 일정수준을 정해놓고 항상 이런 수준까지만 의료를 제공하라는 규범이나 제제는 환자 입장에서도 불필요한 것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라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습니다.
저도 자기 돈 가지고 그렇게 의료이용을 하겠다는 것을 말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 물론 그렇게 이용해서 환자의 건강을 해치는 수준의 과달 이용은 다른 이야기겠지만 - 하지만 현재의 의료제도는 건강보험 체계입니다. 자기 혼자만이 아니라 국민들이 낸 돈이고, 이를 적정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위에 내가 말한 것처럼 국민 건강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의료이용의 제한은 분명히 필요합니다. 말씀하신 내용 중에 ‘일정수준을 정해놓고 항상 이런 수준까지만 의료를 제공하라는 규범이나 제제는 환자 입장에서도 불필요한 것’이라는 것은 아마도 건강보험 체계에서의 심사기준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지금까지 거의 모든 의료공급자들이 그렇게 말하면서 건강보험제도를 공격했지요.

하지만 건강보험(그게 민간의료보험이든, 공공 보험이든 간에)을 운영하고 있는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의사와 국민들이 알아서 마음대로 의료 이용한 것을 모두 보험 적용하는 나라는 단 한곳도 없음을 아셔야 합니다. 오히려 민간보험 회사들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은 우리처럼 공공 건강보험의 체계보다 훨씬 더 그 심사기준이 엄격하지요. 그런 것에 비하면 오히려 우리 의료체계는 돈을 거의 그냥 주다시피하고 있다고 봐야지요.
‘의료는 임상근거 중심의 의료가 되어야 한다,’고 의료인들은 말합니다. 현재의 심사기준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임상적 근거에 기초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만약 기준을 벗어나는 의료행위가 의학적으로 타당성이 있고 그에 대한 근거들을 제시하면 역시 급여로 인정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관련한 내용들에 대해 임상적 근거(소견서)를 제시하는 의료공급자들이 별로 없습니다. (이와 관련한 사건이 백혈병 환우회가 문제제기한 여의도성모병원 부당청구 문제입니다. 소위 의학적 임의비급여 문제라고 하지요.)

어떤 개인이 자신의 돈을 주체할 수 없어서 자기 하고 싶은 만큼 알아서 의료 이용을 하는 것이야 누가 말릴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건강보험 제도 하에서는 그런 것이 가능하지도 않고 가능하게 내버려두어서도 안 되는 것입니다. 오히려 저는 감기 환자에 대한 표준진료지침을 만드는 것조차 다른 곳에서 만든다고 하면 반대하는 의료공급자들이 반대 이후, 어느 누구도 또 어느 학회도 만들지 않는 것을 볼 때 사실 좀 절망스럽습니다.

너무 길어졌습니다. 그저 생각나는 대로 쓰다보니까 하고자 하는 말이 엉키기도 하고 중언부언한 것도 있습니다.
의료문제에 있어서 객관적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그런 말이 유의미하게 사용된다면 아마 그것은 ‘국민과 환자의 입장에 선’이라는 말로 대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의사 스스로 자신의 권위를 세우고 환자와의 라뽀를 건강하게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지금의 현실에서는 환자보다는 병원과 의사들의 윤리를 세우는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하고 중요합니다. 나 같은 사람들이 언론을 통해 의료계를 호도해서 그런 게 만들어진 게 아니라 이미 만연해 있고 또 깊어져서 그냥 치유가 되기 쉽지 않은 문제들에 대해 나는 그저 작은 불만 댕긴 사람입니다. 그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하지 못했던 수많은 환자들의 이름으로 말입니다. 국민과 환자를 생각하는 훌륭한 의사가 되시기 바랍니다.


2007년 7월
건강세상네트워크 강주성 띄움

추신 : 참, 격리실 문제도 이야기해야겠지요. 현재의 기준은 중증 GVH일때 격리실 수가로 보험 적용이 가능합니다. 내가 입원할 당시는 ‘중증’이라는 말이 없었습니다. 이식편대 숙주반응이 온 환자에게 의사가 입원을 명령하면 모두 해당 사항이었지요. 그래서 많은 환자들이 격리실의 수가와 입원 기준도 모르고 - 물론 이는 병원이 안 알려주면 알 수 없는 것입니다. - 돈을 냈다가 나중에 저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돈을 돌려받았습니다. 이후 우리가 이 문제를 사회 문제화시키니까 전체 GVH에서 중증GVH로 심사기준을 변경했습니다. 이것만이 아니라 모든 조항의 맨 아래(고시된 내용을 보시면 알 겁니다.) ‘단, 위의 기준에도 불구하고 격리실 입원은 의사의 판단에 따른다.‘라고 명시함으로써 이와 관련하여 우리가 제기한 부당청구의 문제가 모두 없어져버렸습니다. 이제 환자가 문제를 제기해도 아마도 병원은 ’그것은 의사의 판단에 따라 1인실로 간 것이다.‘라고 말하면 그뿐이니까요. 어느 의사도 이런 문제에 대해 의학적 판단이나 환자의 권리문제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습니다. 격리실을 가야 할 많은 환자들이 ’의사의 판단‘이라는 이유로 본인부담으로만 치면 고작 7천 원 정도만 내야 하는 병실료를 그것도 모르는 환자들은 하루에 30만원씩 하는 1인실 비용으로 내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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