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환자들이 한 종합병원을 상대로 부당청구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임의비급여’라는 생소한 보험용어가 기사화된 바 있다. ‘임의비급여’란 무슨 말인지 꼼꼼히 따져보자.
미국에는 없지만 우리나라에는 있는 것, 전 국민이 가입하는 건강보험제도가 있다. 언제 병에 걸려 병원치료를 받아야 할 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여 전 국민이 매달 자신의 소득 또는 재산에 비례하여 보험료를 낸다. 그리고 병에 걸려 치료를 받게 되면 입원은 총진료비의 20%, 외래는 30%를 본인이 내고 나머지는 건강보험에서 진료비를 내준다. 그런데 큰병에 걸리면 집팔고 카드빚 져서 병원비를 내야 하는 거지? 보험에서 내주지 않는 치료비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 비(非)급여라 한다. 말 그대로 급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급여는 무엇인가? 사전에서는 급여를 ‘돈이나 물품 따위를 주는 것’이란다. 건강보험에서는 국민들에게 주로 의료서비스를 주고 장제비, 출산비 등 일부는 돈으로 주기도 한다. 의료서비스를 줄 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라는 정부기관에서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줄지 말지를 결정한다. 기준에 맞지 않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했을 경우, 건강보험에서는 의료기관에 돈을 주지 않는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건강보험은 먼저 국민이 의료기관에 방문하여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고 돈은 나중에 건강보험에 청구하여 받는 사후정산방식이다. 나중에 정산할 때, 건강보험에서는 심사를 통해 기준에 맞는 서비스에 대해서만 돈을 준다. 이렇다보니 서비스는 이미 제공하였으나 돈을 받지 못하는 것들이 발생한다. 기준에 맞지 않게 약을 과다하게 사용하였거나 질병에 따른 적절한 의료처치가 아닌 경우 등이다. 그래서 청구한 의료비를 삭감당할까봐 의료기관은 건강보험이 아니라 환자에게 전액 부담시키기도 한다. 바로 비(非)급여라고 환자에게 부담시킨다. 심지어 환자에게 신청서를 주고 승낙서를 받기도 한다. 백혈병환자 10명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비확인신청을 한 결과, 건강보험에서 급여를 해주는 항목임에도 불구하고 환자에게 비급여로 징수한 금액이 1억8천여만원(부당징수액의 약 72%)이나 된다.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등 법적으로 정해진 비급여 이외 의료기관에서 환자에게 전액부담시키는 것들은 모두 ‘임의비급여’에 해당된다. ‘임의’, 즉 의료기관 맘대로 환자에게 부담시켰다는 것이다. 과학적 기준 없이 의사 맘대로 환자에게 부담시킨 임의비급여는 현행 법적으로 불법이다. 현재의 급여기준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 객관적 증거를 대고 기준을 바꾸면 된다. 엄한 환자에게 부담을 시키는 것은 약자에게 한없이 강한 비굴한 행태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