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제목국립의료원이 이래도 되나?
-어느 의료급여 환자의 이야기
2008-11-18 00:00
성남희/건강세상네트워크 조직팀장

여름이 끝나갈 무렵 어눌한 목소리의 한 여성분에게 민원전화를 받았다. 어찌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쭈빗쭈빗하는 모습이 전화를 통해서도 느껴질 정도였다. 그 여성분이 어렵게 건강세상네트워크의 문을 두드린 사연은 국립의료원에서 무료로 수술을 해준다고 했는데 치료비가 너무 많이 나왔다는 내용이었다. 전화 통화만으로는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어 관련된 자료를 가지고 방문해주실 것을 요청했고 며칠 후 건강세상네트워크에 직접 찾아오셨다. 가지고 온 자료들을 살펴보니 직접 전화통화를 했던 내용보다도 훨씬 심각한 사연이었다.

어려운 발걸음을 한 민원인은 의료급여 1종 환자로 만성심부전증을 알고 있었던 분이었다. 국립의료원에서 신장투석을 받고 있던 중 유방암의 증상이 보인다는 간호사의 말을 듣고 진찰을 받게 되었고 진찰결과 유방암으로 판명되었다고 했다. 수술을 결정하고 여타 다른 진찰을 받은 결과 민원인이 어릴 적 입은 화상으로 인해 성형수술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유방암 수술비도 걱정되었던 상황에서 비급여가 큰 성형수술비는 민원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찬 비용이 될 것으로 예상해 걱정하던 중 국립의료원에 화상환자 의료비를 지원하는 제도가 있다는 얘기를 간호사로부터 얼핏 들었다고 한다.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였던 민원인은 지원규정에 대해 정확하게 알아보지 못했고 간호사가 화상환자 의료비 지원제도가 있다고 했으니 당연히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수술을 결정했다. 하지만 수술 후 진료비 청구서를 보니 너무 많은 금액이 나와서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 자신에게 국립의료원에서 화상환자 의료비 지원을 해주지 않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답답한 마음을 상담하러 왔던 것이다.

정확한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 국립의료원과 전화 상담을 했고 민원인은 화상환자 의료비 지원 대상이 아니었다고 병원측은 알려왔다. 생명이 위태한 민원인에게 끝까지 책임지지도 못하는 말을 던져 민원인에게 낙담을 준 그 간호사에게 원망스러운 맘이 있었지만 지원을 못 받았다고 하더라도 가지고 온 자료를 보니 비급여 진료비가 너무 많이 청구되어 있었다. 민원인의 총진료비의 323만원 가량이 나왔는데 그 중 법정본인부담금은 의료급여 1종 환자였기에 3만이 조금 넘는 금액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비급여 항목으로 총 320여만이나 청구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중 280여만원이 선택진료비였다. 의료급여제도는 의료비 지불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국가에서 의료비를 지원해주는 제도이다. 국가는 법정급여비만을 지원해 주기 때문에 민원인이 지불해야 했던 법정본인부담금은 3만원이었다. 그런데 이런 국가가 인정해 준 의료급여 환자에게 공공병원의 대표적 기관인 국립의료원에서 비급여 항목으로 320만원이 넘는 엄청난 금액을 청구한 것이다. 게다가 그 금액 중 280만원이 선택진료비라니...



민원인과 국립의료원을 직접 방문해 어떻게 의료급여 환자에게 이렇게 많은 비급여를 청구할 수 있었으며, 그것도 의사 선택비용으로 280만원이나 청구했는지 상담을 요청했다. 보험심사과와 민원실, 그리고 수술을 집도한 의사를 다 만나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수술한 의사가 선택진료의사여서 어쩔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국립의료원에 민원인이 수술 받은 그 의사 외에는 유방암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있었다면 선택진료의사에게 수술을 받지 않을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병원에는 공교롭게도 유방암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는 그 선택진료의사 뿐이었다. 선택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선택진료의사에게 수술을 받게 되었고 당연히 선택진료비 납부의 의무도 따라오게 된 것이다. 혹 유방암 수술 의사가 선택진료의사 밖에 없었더라 할지라도 의료급여 환자에게 법정본인부담금의 100배가 넘는 비급여 진료비를 청구한 것은 상식으로도 이해할 수가 없다.

공공의료의 중추역할을 하겠다는 국립의료원에는 병원의 이윤과 운영방침만 있고 몸이 아픈 환자들의 생명의 존귀함은 없었다. 의료비를 지불할 수없는 의료급여 환자를 대상도 단지 돈벌이였을 뿐이었다. 더 기가 막힌 일은 의료비를 지불 할 수 없던 상황을 안 병원은 민원인에게 무성의한 치료로 일관하다 결국 의료비 지불 각서를 작성하도록 한 후 강제 퇴원시켰다. 지불각서의 내용은 300만원 가량의 남은 진료비를 2008년 5월부터 16만원씩 2009년 11월까지 완납한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민원인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었던 것은 보건소에서 지원하는 저소득층 대상으로 하는 암환자 의료비 지원 신청하여 받도록 하는 것 뿐이었다.

현재 법정 비급여인 선택진료제도가 의료급여 환자에게는 더욱 목을 조이는 제도로 작용하고 있으며, 공공병원조차도 공공의료의 기능보다는 환자를 상대로 돈벌이에 더 집중하고 있는 현실의 문제를 그대로 반영한 민원이었다. 민원인이 겪고 있던 문제는 제도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여전히 민원인과 같은 환자들은 계속 발생시킬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적어도 건강한 국민과 의료형평성을 보장하는 것을 자신들의 사명으로 생각한다는 국립의료원이라면 공공병원의 역할에 맞게 돈 있는 환자들의 의료형평성 뿐만 아니라 돈 없는 환자들의 의료 형평성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공공병원으로서 국립의료원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을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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