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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돈이면 모든 게 해결될까요?2008-02-02 00:00
강 주 성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

여전히 독도의대는 내신 1등급만 간다

예전에 누군가가 말했는데 ‘만약 독도에 의대가 만들어진다면 독도의대의 인원이 다 차고 나서야 아마 서울대의 인문대 인원이 찰 것’이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만큼 의사라는 직업이 아직도 괜찮은 직업으로서 각광 받고 있다는 말일 게다. 하긴 정년도 없으니 요새처럼 사오정이다 뭐다 하는 시절엔 이만한 직업도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요새는 이 직업도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나보다. 양방 의료 100년 사에 최근에는 개원을 했다가 문을 닫는 의원과 병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소병원들도 폐업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아니? 병원이 망하다니? 그래도 내가 대한민국에서 의사면허를 따서 개원을 했는데 망하다니? 의사들로서는 어쩌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런 현상은 의사들 자신들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지만 일반인들의 생각에도 매우 이상한 현상으로 비춰진다. 지금까지 이 사회에서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이가 몰락했던 경우는 무리하게 다른 사업을 하다가 망하거나 빚보증을 잘못 섰거나 주식투자를 하다가 날리거나 아니면 부정한 짓을 하는 경우가 아니면 그런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렵다 어렵다 하여도 여전히 독도의대(?)가 다 찰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망할까? 당연히 장사가 안 되니까 망하는 것이지만 예전에는 안 망했는데 지금 왜 망하게 되었느냐는 말이다. 이 질문에 의료인들은 모두가 한마디로 입을 모은다. 바로 ‘의료 수가가 낮아서’이다. 게다가 공산당식으로 의료를 통제하는 이 사회주의 의료가 자신들이 코너에 몰린 주범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 대답에 대한 진위를 파악하기가 사실 어렵다. 이에 그게 뻥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문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망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현재 정부에 등록한 전체 의사는 9만1872명인데 이 가운데 78.3%에 해당하는 7만1940명이 의사협회에 신고한 회원이다. 의사협회가 ‘10만 회원, 10만 회원’하는 것이 허언은 아닌 것이다. 이 중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주변에 신고 회원 중 60.8%가 개원을 했다. 2006년의 대도시 주변 개원율이 60.6%였으니까 해마다 대도시 집중은 적어도 증가하는 추세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주변의 의원들이 망하는 것을 보면서도 계속 대도시 또는 그 주변에다 의원을 개업하는 것이다. 실제 동네에 가면 슈퍼보다 많이 의원들이 개원해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서울 송파구의 어떤 6층 건물은 1층에 들어와 있는 패스트푸드점을 제외하면 아예 건물 전체가 각 과의 의원들로 꽉 차 있을 정도다.

현재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서울의 경우, 수요 대비 공급 비율이 약 120%에 육박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수용에 비해 공급이 초과 상태라는 것이다. 의사들이야 대도시에 사람이 많으니 설령 망하더라도 거기서 승부를 던지고 싶을 것이고, 설마 내가 망할 리가 있나 하는 심정으로 개업하는 것은 의사들이나 일반 식당 주인들이나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무튼 시장원리로 보면 초과되는 20%는 자연히 도태되게 되어 있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예전에 100원을 벌다가 120명이 이제 80원을 벌면서 함께 먹고 살게 되는 것이다. 이럴 때 전체 제도와 상황은 굳이 보려고 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법이다. 그 속에서 먹고 사는 생활을 하는 개개인의 의사들로서는 주변에 망하는 동료들이 생기지, 예전보다 수입이 떨어졌지 하는 상황을 보면서 도저히 수가가 낮아서 못살겠다고 말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일반 국민들은 사실 식당을 개업하거나 사업을 하면 보통 5년 안에 90%가 망한다고 한다. 그나마 버티는 나머지 10%도 떼돈을 버는 게 아니고, 기껏해야 근근이 버티는 정도다. 아마 그 중 한 두 명이 ‘요즘 돈 좀 법니다.’ 하면 다행일 것이다. 일반 국민들이 이럴진대 사실 전문직종의 의사들은 실제 100%가 어떻든 먹고 살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여기서 초과되는 20%는 예외고, 먹고 사는 정도의 문제는 이와는 별개의 이야기다.) 이것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그렇듯이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을 사회적으로 대우해주는 일련의 특권이다. 국민들은 개업을 해도 90%가 망하는데 20%의 초과되는 개업의들을 사실 국민들이 진료비를 올려서 먹여 살릴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서울이나 대도시 외곽의 지역에서는 아픈 사람들이 주변에 의원이 없네, 너무 멀어서 자주 가지도 못 하네 하는 와중인데 자신들이 스스로 대도시 주변에 몰려서 넘어지는 데 이걸 국민들이 먹여 살릴 이유가 있나? 서울의 그 잘나간다는 강남구(아마 압구정동 주변일 게다.)의 경우 서울 전체 성형외과 개원전문의(327명) 중 70.6%인 231명이 개원해 있다. 이 경우를 서울 전체로 확장해서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렇게 몰려서 망한다면 이건 국민들 잘못이 아니라 의료인들 잘못이라는 것이다. 이미 국민들은 수요 대비 공급 100%의 의료인들을 제도적으로 먹여 살리고 있다.



판돈을 가져가려면 먼저 패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나의 주장이고.... 혹시라도 정말 수가가 낮아서 망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이거 큰 일 아닌가? 더 큰일이 벌어지기 전에 이건 꼼꼼히 봐야 할 일이다. 그럼 이걸 확인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 그렇게 주장하는 의사들의 말만 믿어? 알고 보면 다 착한 사람들일 텐데 그냥 믿어? 그래도 국민들이 걷어서 낸 돈인데 줄 때 주더라도 근거를 마련하고 주어도 주어야지 그냥 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게 진실인지 아닌지를 파악해야 하는데 아쉽게도 방법이 딱 하나 밖에 없다. 바로 얼마나 버는지를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아주 아주 깝깝한 일이다. 어느 누구도 구체적으로 내용과 규모를 다 봤다는 사람이 안 나오니 말이다. 그냥 망했다는 주장은 하고 있는데 회계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현재의 수가가 원가의 70% 정도 밖에 안 된다는 이야기는 계속 하고 있는데 정작 건강보험에서 받는 돈 말고 신고하지 않는 각종 비급여 행위에서 얼마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지 알려주지를 않는다. 이러다보니까 정부는 ‘비급여에서 알아서 자기들이 먹고 살겠지.’ 하고 생각한다. 이 결과는 정부가 비급여를 전혀 관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냥 손 놓고 있는 것이다. 괜히 관리한답시고 잘못 건드렸다가는 줄어드는 비급여 액수만큼 건강보험으로 보장하라는 요구를 의사들은 당연히 할 것이고, 이에 따라 국민 건강권에 돈 투자하기 싫어하는 정부로서야 가장 손쉬운 방법이 건강보험료 올리는 것이니 결국 이게 정부가 가지는 부담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사실 내 생각에는 그렇게 비급여를 관리해서 비급여 행위들이 줄어들고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늘어남으로 인해 국민건강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의 핵심은 공급자인 의료계가 먼저 회계 투명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게 되지 않으면 수가의 현실화와 국민들의 불신 해소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2006년도에 국세청이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 고소득 자영업자들에게 년말정산간소화를 위해서 의사들은 건강보험공단에 신고하지 않는 비급여 행위들에 대한 내역도 모두 신고하라고 요구했었다. 한마디로 ‘난리가 났다.’ 의료계가 국민들의 진료정보 유출을 이유로 반대를 했지만 정말 많은 국민들이 그걸 곧이 곧대로 믿을런지는 매우 회의적이다. 판돈을 가져가려면 먼저 패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의료계는 알아야 한다.



건강보험이 멀쩡할 때 잘하세요

이러다보니 어떤 이들은 우리나라 의료제도가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효율이 떨어졌고, 그런 게 바로 사회주의의료라고 주장한다. 뭐가 사회주의 의료인지 나야 잘 모르지만 세계 어떤 나라를 봐도 국가가 일정한 기준을 가지고 의료를 통제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더 규제가 심한가? 근데 그건 참 이상하다. 우리나라처럼 별다르게 큰 통제 없이 진료비용을 청구하면 청구하는대로 대부분 주고, 별다르게 의학적 근거도 없는 의료행위들도 비급여라는 이유만으로 신고도 안하고 적발이 되었다하더라도 받았던 돈이나 다시 환자에게 돌려주면 대부분 끝나는 이런 나라가 뭐 그리 강력한 통제를 하고 있다는 것인지 참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현재 건강보험공단에 진료비용을 의료기관이 청구하면 매년 수억 건의 청구 건수 중 실제 제대로 조밀하게 청구비용을 심사하는 건수는 겨우 1%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컴퓨터 스크리닝을 통해서 이상이 발견되는 건에 한해 심사를 하고 있을 뿐이다. 거의 98% 이상의 청구 건은 컴퓨터상에서 별다른 이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그대로 지급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까 각 병원별로 컴퓨터 스크리닝에서 걸리지 않기 위해 병원별로 따로 보험급여실을 운영한다. 이는 청구건수를 분석하여 진료비 심사평가에 걸리지 않게 진료비청구 내용을 적당히 손(?)보는 것이 주요한 목적이다. 그럼 다른 나라는 어떤가? 미국은 민간보험회사들이 운영한다. 당연히 이 보험회사들은 이윤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칼 같은 기준을 만들어 놓고 이를 어기면 가차 없이 패널티를 가한다. 만약 부정하게 허위청구를 했거나 반복적인 진료비 조작 등이 발견될 경우 보험회사는 아예 해당 의료기관과 의료인을 검찰에 고발해버린다. 몇 년 전에는 아예 우리나라의 3차 병원급의 대형병원을 폐쇄시켜버리기도 했다. 일본은 또 어떤가? 최근 문제가 되는 임의비급여(사실 이런 말은 병원과 의사들이 만들어 낸 것이다. 임의로, 다시 말해서 의사들이 알아서 별다른 과학적 의학적 근거도 없는 각종 의료서비스를 비급여로 받는 것인데 이게 좋게 말해서 임의비급여지 한마디로 말하면 불법 의료행위다. 개중에 의학적 근거가 있고 이를 입증할 수 있다면 그것은 급여로 해주어야 마땅한 것이다.) 행위가 발견되면 우리나라는 환자에게 전에 의료비가 아니라 해당 행위에 대한 의료비만 다시 돈을 돌려주는 것으로 끝나지만 일본은 그 환자에게 들어간 임의비급여 행위 이외의 모든 비용을 몽땅 회수한다.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력한 것이다. 우리처럼 허위청구를 하고 이를 또 반복적으로 하다가 적발되어도 벌금이나 돈을 환불하는 정도로 끝나는 이 현실은 오히려 너무나 헐렁하지 않은가? 만약 민간보험이 의료를 주름잡고 진짜 정석대로 규정에 맞게 심사하고 관리한다면 우리나라는 의사들이 모두 이민을 갈지 모르겠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는 정말 의사들의 천국이라는 말이다. 건강보험이 그나마 있을 때 잘하시라. 처방권과 진료행위는 의사들의 고유 권한이라지만 이는 제한된 범위에서 허용된 것일 뿐, 어떤 나라도 의사들이 마음대로 행위를 하게하고 이를 규제하지 않는 나라는 단 한곳도 없음을 알아야 한다.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가가 중요하다

‘국민들은 자장면 값 내며 진료 받고 뷔페 수준의 진료를 요구한다?’
이 말의 기저에는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보상을 적정하게 해 달라.’는 의미가 깔려 있고, 표면에는 국민들을 ‘궁민’으로 보는 권위주의 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걸 종합해보면 ‘너희는 우리가 하는 고급 의료를 돈 얼마 안내고 받으면서 뭐 그리 바라는 게 많아?’다. 이런 이야기를 글로 쓰면 다시 병원과 의사들이 무진장 욕을 해댈지 모르지만 내가 이야기하는 내용들은 의료와 관련한 인터넷 기사의 댓글을 보면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런 허접한 이야기에도 세상과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과 가치가 숨어 있다. 사람들은 고급의 지식, 낮은 지식을 돈과 전문성이라는 잣대로 나눈다. 그래서 의학적 지식이나 법률적 지식 그리고 각종 분야의 학술적 전문가들을 매우 고급의 지식을 갖춘, 그래서 그 이유로 돈을 많이 벌어도 다른 사람이 별로 기분 나빠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본다. 반면에 노동하며 물건을 생산하거나, 사시사철 땀 흘리며 논밭에서 일하는 농민들은 저급하고 못 배운, 그래서 그런 사람들은 그 노동의 대가가 적어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어떤 의사들이 내 기사에 대한 댓글에 ‘너도 이 눔아 우리 의사들이 고쳐주지 않았으면 벌써 죽었어. 그런데 이제 다 살려주었더니 보따리를 달라고 해?’ 하는 글을 얼마나 많이 보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농민들은 ‘너 이 눔들, 내가 생산한 먹을거리로 먹게 했더니 나를 오히려 노예 취급하고 거저 먹을라고 해?’ 하는 말을 절대 하지 않는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의료계가 모든 국민들에게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올바르게 서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자신들의 처지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밖에 없음을 알아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그렇다.

환자와 국민들은 의사를 버릴 수가 없다. 의사 역시 국민과 환자를 버려서야 어떻게 존재가 가능할 것인가? 그렇다면 이 둘은 싸워서는 안 되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가치에 있어서 충돌하면 싸우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가? 바로 모든 사람이 빈부에 의해, 권력에 의해, 지위에 의해 차별 받지 않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누릴 수 있게 하는 그런 의료제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도 하고는 싶지만 ‘돈이 없어서’ 또는 ‘돈이 안 되서’라는 말은 1960년대부터 국방비의 55%를 의료에 투자하고 우리보다 더 어려운 시절에 자기들보다 더 어려운 나라의 사람들을 위해 다른 나라에 의사들을 파견하고 있는 쿠바를 생각하면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다. 진정한 가치는 돈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혹자는 ‘쿠바는 의사들도 모두 국비로 공부를 시켜주잖아? 그런데 우리는 나라가 그렇게 해줬어?’ 하고 반문하기도 하지만, 어떤 누구도 정부가 다시 그 돈을 의사에게 돌려주더라도 그렇게 할 의사가 별로 없을 거라는 생각은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이다. 의사 분들에게 미안하고 죄송하다. 더욱이 착하고 진실하며 그래서 환자를 눈물겹도록 사랑하는, 내가 알고 있는 많은 내 주변의 의사 분들에게 이 글이 상처가 될까 너무 미안하고 죄송하다.

출 처 : 「대한민국 병원사용설명서」(프레시안북, 강주성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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