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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심평원의 고객은 도대체 누구야? -진료비확인요청제도 설명회 참관기--2008-10-15 00:00
성남희/ 건강세상네트워크 조직팀장

지난 9월 2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역할과 ‘진료비확인요청’ 절차와 방법, 사례 등에 대한 교육과정을 열었다. 작년 건강세상네트워크는 20여개 연대단체와 ‘진료비바로알기시민운동본부’를 구성해 의료이용자의 알권리 운동의 일환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비확인요청’제도를 전국민적으로 홍보했었다. 그 활동을 통해 ‘진료비확인요청’제도에 대한 민원을 수없이 받았고, 제도가 갖는 문제를 모니터링 했던 나는 좋은 기회라 생각하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공개강좌에 기꺼이 참여하게 되었다.

하지만 교육장으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기대감은 무너졌다. 일반시민 공개강좌였던 그 자리에는 20여명의 사람만이 넓은 지하 강당에 드문드문 앉아있었고 그 중 일반시민이라고 보이는 사람은 3-4명에 불과했다. 그 외 사람들은 보건의료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일반시민 대상 공개강좌라는 이름이 참으로 무색할 지경이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대중강좌를 어떻게 홍보했는지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에 무수히 올라오는 공지사항에서 우연히 알게 된 것처럼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도 나와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건의료 관련 운동을 하고 있는 나조차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홈페이지를 보지 못했다면 알 수 없었던 강좌에 참여한 그들이 정말 대단해 보일 정도였다.

실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 일반시민 대상 공개강좌의 내용은 ‘진료비확인요청’제도의 절차와 방법, 사례 등을 교육하는 것이 주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거의 2시가 가까운 시간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업무를 홍보하는데 할애했다. 그조차도 전문적인 용어와 내용으로 진행되어 일반시민 대상의 강좌라고 보기에는 난이도가 너무 높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시민들에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업무를 이해시키는 것이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일이라고 판단했을까? 결국 그 곳에 바쁜 시간을 내어 왔던 시민들은 알아듣기조차 어려운 내용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도대체 어떤 일을 하는 조직인지 더 파악하기 힘들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강좌에 바쁜 시간을 내어 참여했던 몇 몇의 시민들은 짐작컨대 본인이나 가족들이 의료기관을 이용하면서 여러 어려움에 직면했던 경험이 있었던 사람들일 것이다. 그 분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홍보를 듣자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것일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홍보로 많은 시간을 보내고 결국 주요 교육인 ‘진료비확인요청’제도 내용으로 들어가서는 나 자신이 강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강좌를 듣고 있는 시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우선 남아 있는 시간 중에서도 대부분은 비급여 항목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걸로 채워졌다. 여러 사례까지 들어가면서 비급여 항목을 설명하는데 애를 쓴 이유가 ‘진료비확인요청’제도는 비급여를 심사하기 때문에 비급여 항목을 잘 알고 ‘진료비확인요청’제도를 이용하라는 뜻이었을까? 만약 그렇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비급여 항목은 이번 강좌에서 설명한 항목 외에도 무수히 많은 항목이 있으며 식약청 허가가 나도 건강보험에 등재되지 않으면 다 비급여로 받을 수 있는 항목이다. 이렇게 계속적으로 양산되고 있는 무수히 많은 비급여 항목 중 시민들이 몇 개의 비급여 항목을 숙지하고 있는들 무슨 도움이 될 것인가? 비급여 항목에 대한 교육은 급여항목임에도 불구하고 비급여로 청구하여 환자들의 주머니를 털고 있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철저하게 진행해야 하는 교육이지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서 진행될 내용은 아니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교육인 ‘진료비확인요청’제도는 마지막 10여분의 교육으로 일단락되었다. 10여분을 진행하는 동안 강좌를 맡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민원상담팀 차장의 태도에는 시민을 고객으로 생각한다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가치를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환자와 시민은 의료정보를 아무리 많이 알고 있다하더라도 의료기관에 자신의 생명을 의지하며 병을 고쳐야 하는 약자이다. 그런 환자가 진료비를 적정하게 지불했는지를 알아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현재는 ‘진료비확인요청’을 하게 되면 어느 환자가 신청을 했는지 신원이 다 드러나기 때문에 더욱 초조하고 애가 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진료비확인신청’ 과정과 기간이 있더라도 환자와 시민의 입장에서는 진행상황이 궁금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환자와 시민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면서 자신들의 업무가 많아 힘들다며 시간이 걸리니 전화하지 말고 참고 기다려라 하는 식의 발언은 강좌를 듣는 사람을 상당히 당혹스럽게 했다. 또한 ‘진료비확인요청’을 한 사람들은 신분이 노출되도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다 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민원상담팀 차장의 태도에서 시민위에서 명령하는 거만함이 묻어 있었다. 물론 업무 과정에서 힘든 일이 왜 없지 않겠는가. 하지만 시민의 알권리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진료비확인요청’제도를 설명하면서 그것도 시민공개 강좌 시간에 알권리가 아닌 참을 의무에 대해 주지시키는 모습은 강좌의 목적조차 상실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강좌가 마무리되고 질의 응답시간에 ‘내용이 어려워 내가 얼마큼 이해했을지 잘 모르겠다.’ 라고 말하는 일반 시민이 있었다. 그 시민에게 돌아온 답변은 최대한 쉽게 말한건데 이해하지 못하겠냐는 반문이었다. 강좌에서 듣고 있는 사람이 이해하기가 힘들다면 사과부터 하고 어떤 부분의 이해가 어려웠는지 물어봐야 하는 게 상식이다. 청중이 이해를 못했다는데 그걸 이해 못하냐는 식의 태도는 강좌를 왜 하는지조차 의심스럽게 만든다. 나 또한 작년 ‘진료비바로알기시민운동’을 하면서 받았던 민원들을 중심으로 질문을 했다. ‘진료비확인요청’에 필요한 서류 문제와 ‘진료비확인요청’결과 통지서 문제 등의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 또한 행정업무상 시스템을 그렇게 만들었고 더 궁금하면 다시 조회하면 된다는 말과 동시에 시민단체가 부정적이어서 일하기 힘들다는 식의 답변을 들었다. 강좌 시간이 초과되어 민원상담팀 차장과 나와 계속 주고받던 질의응답은 정리가 되었다. 강좌가 끝난 후에 민원상담팀 차장에게 2007년 동안 ‘진료비바로알기시민운동’을 전개하면서 받았던 민원 내용과 제도의 보완점이 많으니 함께 얘기 할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는데 그럼 한 번 자리를 마련해봐라 기꺼이 참석해 줄테니.. 하는 식의 태도였다. 이런 모습이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며, 시민을 고객으로 삼고 시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건강심사평가원의 본 모습인가 싶어 너무 큰 실망감이 느껴졌다. 나의 실망보다 더 가슴 아팠던 것은 강좌에 참여했던 일반시민들이 여전히 공공기관의 커다란 장벽과 전문성에 눌려 또 다시 체념하는 약자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번과 같은 시민공개 강좌는 열지 않는 것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을 대상으로 공개강좌를 개최한다고 하면 시민의 입장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시민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강좌이어야 한다. 아픔으로 고통 받는 환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도움을 주고 희망이 되는 강좌를 시민들은 바라고 있으며 그런 강좌에 시민들은 반드시 몰리게 되어 있음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2003년 ‘진료비확인요청’제도가 만들어져 시행되고 있지만 활성화되지 않다가 2006년 백혈병환우회, 2007년 ‘진료비바로알기시민운동’으로 많이 홍보되고 확산되었다. 급속하게 확산된 ‘진료비확인요청’제도는 여러 제도적 문제를 안고 있다. ‘진료비확인요청’을 할 수 있는 기한이 5년인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진료비확인요청’시 요양기관에 요구하는 필요서류 보관기간이 일정하지 않아 심사를 할 수 없는 경우, 특히 비급여의 대표적인 선택진료신청서의 경우 3년 보관기한이어서 3년이 지나면 요양기관에서 제출하지 않아 심사를 할 수 없다. 또한 ‘진료비확인요청’은 진료비영수증이 있어야 하는데 그 동안 제도가 홍보되지 않아 진료비 영수증을 보관하고 있지 않았던 수많은 환자들의 권리구제 문제, ‘진료비확인요청’을 했을 때 환자의 신분이 노출이 되는 문제 등 여러 문제가 있다.

이러한 많은 문제들을 개선하여 시민의 알권리를 확산시키는 것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임무이다.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그 동안 의료기관 대상으로 업무를 진행해오다 시민서비스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시민서비스를 통해 진정으로 시민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시민알권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진심이 담긴 노력들이 필요하고 그 노력은 반드시 시민의 믿음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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