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자 생계와 건강권을 악화시키는
근로능력판정기준 철회하라!!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3월 4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시행령의 「근로능력평가의 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최종 고시 했다. 이번 「근로능력평가의 기준 등에 관한 규정」은 2009년 12월 21일 처음 입법예고 되었고 2010년 1월1일부터 시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시행된 지 1개월 만에 재 입법예고가 되어 지난 3월4일 최종으로 재 고시됐다.
보건복지가족부는 근로능력판정기준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마련하기 위해 개정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근로능력평가의 기준 등에 관한 규정」은 처음 입법예고 당시부터 기초생활수급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근로능력 판정에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아 많은 논란이 되어왔다.
형식만 있고 내용은 반영 안 되는 의견 수렴 과정
입법예고 된 내용은 기초생활수급자의 근로능력 평가 기준을 의학적 평가와 활동능력 평가로 나누고 평가점수에 따라 근로능력을 판정하겠다는 것이다. 「근로능력평가의 기준 등에 관한 규정」의 의학적 평가기준은 기존의 의사의 진단서 기준보다 세분화되어 더 엄격해졌고, 공무원 개인이 평가할 수 있는 활동능력 평가가 추가되었다.
특히 12월21일 1차 입법 예고 된 내용의 활동능력 평가기준에는 외모가 혐오감을 주거나, 청결하지 못하고 자기관리가 전혀 안되면 근로능력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항목들로 구성되어 기초생활수급 당사자와 시민단체가 거세게 반발하였고 국가인원위에 정책권고 요청과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 후 국가 인권위원회는 활동능력 평가에서 수급권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초래하거나 인격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주관적으로 판단할 우려가 있음을 권고한 바 있다.
더불어 근로능력을 평가해야 하는 의사들과 담당 공무원들까지도 개정된 근로능력평가의 기준에 따른 행정업무를 진행하지 못해 평가를 하는 의사와 평가를 받는 기초생활수급자들의 많은 민원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 동안 시민단체들의 면담요청을 거부하던 보건복지가족부(기초생활관리단장)는 어쩔 수 없이 시민단체와의 면담의 액션을 취하기도 했지만 결국 처음 개정된 「근로능력평가의 기준 등에 관한 규정」과 달라진 것 없는 최종 개정안을 고시했다.
기초생활수급권자의 건강권을 포기하도록 유인하는 근로능력 판정기준
「근로능력평가의 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서 반인권적인 항목으로 구성되어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받은 활동능력 평가 외에 의학적 평가기준 또한 많은 문제가 있다.
우선 수많은 질병이 발병하고 있는 상황에서 11개 질환유형으로만 나누어 근로능력 유무를 판정한다는 것은 객관성과 공정성을 전혀 담보할 수 없다. 의학적 평가기준 항목 또한 복잡하고 세분화되어서 전문 분야의 의사가 아니면 평가 내리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해당 질환을 평가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곳이어야만 가능하다. 최저생계비를 받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들이 검사시설을 갖춘 상급 의료기관에서 값비싼 검사비를 지불하고 의학적 평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은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수급권을 포기하도록 유인하는 것과 같다.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기초생활수급자도 근로능력 있음으로 판정받는다면 근로의 의무로 인해 쉴 수도 없어 치료도 제대로 받을 수 없게 된다. 또한 의료급여 2종으로 강등되어 더 많은 의료비를 지출하게 될 것이다. 이는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큰 병으로 악화시키는 상황을 초래할 수가 있다. 결국 근로의무로 인해 건강을 해치고 건강하지 못해 더 빈곤해지는 구조가 발생하게 될 것이며, 이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자활 할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국가는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할 기본적인 의무가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든 건강보험가입자든 질병에 걸린 사람들은 적절하게 치료받고 건강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 의학적 기준을 세분화하여 엄격하게 만들어 놓은 이상 질병에 걸린 기초생활수급자가 적절하게 치료받고 건강하게 살 권리는 차단 될 것이다.
인간이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금액인 최저생계비를 받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 근로능력의 유무로 의료급여 1종과 2종을 구분하여 건강권의 차등을 두는 것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할 정부의 정책이 역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만약 근로능력 판정기준으로 인해 기초생활수급자의 건강 상태를 악화시키는 상황을 초래한다면 이는 보건복지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다.
동기부여 없이 근로만 강요하는 근로능력판정 기준
기초생활수급자에게 근로능력 평가는 근로의 유무만을 판정하는 것이 아니다. 근로능력 있음의 판정을 받게 되면 기초생활수급자는 자활을 해야 하는 의무도 동시에 부여된다.
개정된 근로능력판정 기준으로 근로능력 있음의 판정을 받은 기초생활수급자를 현재 자활시스템에서 다 포괄 할 수 없음은 시민단체와 면담에서 기초생활관리단장이 인정한 바 있다. 기초생활수급자가 근로를 통해 삶을 희망을 만들고, 자활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 조건은 전혀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초생활수급자에게 근로의 의무를 강제부여 하는 것은 기초생활수급자 걸러내려는 보건복지가족부의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 보건복지가족부가 기초생활수급자들이 근로를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자활 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면 근로에 대한 정당한 댓가와 그들의 수입이 최저생계비를 웃돌아도 완전히 자활을 할 수 있는 기간 동안 의료급여수급권 유지, 일정한 주거제공 등의 다양한 완충적 제도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기초생활수급자의 근로를 유발하고 자활의 동기를 부여하는 일은 근로능력 판정기준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근로가 삶의 희망으로 받아들여질 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기계적 근로능력 평가 기준 폐지하고 사회적 합의 속에서 만들어야 한다.
근로의 유무는 타인에 의해서 규정될 수 없다. 또한 어떤 제도적 틀로도 규정 될 수 없다. 근로를 하는 당사자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며 그것은 근로가 삶의 희망으로 받아들여질 때 가능하다. 보건복지가족부는 근로능력을 판정하는 것보다 근로를 할 수 있도록 사회적 시스템과 환경을 만드는 것을 우선적으로 선행해야 한다. 사회적 환경과 근로에 대한 건강한 의식이 만들어 진다면 기계적으로 걸러내는 근로능력 판정은 의미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먼저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판단 못하고 기초생활수급자 걸러내기 정책만 펼치는 보건복지가족부는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근로능력판정기준을 철회해야 한다. 그리고 기초생활수급 당사자와 각 분야의 전문가들, 시민사회와 함께 많은 논의와 의견수렴을 통해 수급권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 근로능력판정기준이 철회될 때까지 기초생활수급자와 함께 근로능력판정기준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내고 싸울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