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고] 바이러스 앞에서 모든 사람은 평등한가?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박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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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4월 2일 이주인권단체 및 활동가들은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이주민을 배제하는 재난지원금 정책에 항의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지난달 15일 건강세상네트워크의 ‘이주민과 함께하는 건강세상(이하 이건세)’ 연속강좌에 발표자로 참여한 바 있다. 당시 주최측으로부터 요청받은 주제는 ‘감염성질환이 선주민 혹은 이주민만의 건강문제일 수 있을까’였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불과 몇 년 전 겪었던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적으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확진자와 사망자를 기록했음은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2019년 12월 중국의 한 지역에서 시작되었다는 보도 이후 한국에서도 2020년 1월 감염자가 발생하자마자 모든 언론이 바이러스 이름을 중국의 지역명을 따다가 갖다 붙였다. 마치 중국국적의 이주민들이 전염병을 퍼뜨리고 있는 당사자인양 혐오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한국의 중국인 밀집지역을 방문해서 취재했다는 언론기사 내용은 ‘가래침 뱉고 마스크 미착용에 위생불량이 심각하다’는 식으로 혐오를 부추겼다. 이러한 혐오정서는 중국인의 한국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요구와 거리시위로 이어졌다. 병원을 비롯한 상점에는 ‘중국인 출입금지’라는 안내판이 버젓이 게시됐다.
혐오의 대상은 중국인에서 이주민 전체로 빠르게 확대됐다. 2021년 3월 서울시와 경기도는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코로나 19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강제로 시행했다. 모든 노동자가 대상이 아니라 이주노동자만을 분리·구별해 진단검사를 강제로 받도록 한 것이다.
응하지 않을 시 벌금과 구상권 청구 등의 조치도 함께 포함했다. 역학적인 분석으로 범위를 설정하고 검사를 권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주노동자를 특정해 광범위하게 집단전원 검사를 강제한 것이다. 이는 과학적 근거도 없고 낙인과 차별만 강화하는 것이었다.
실제 관련 뉴스에는 외국인에 대한 혐오댓글이 넘쳐났다. 이 행정명령은 주한 외국대사관의 항의와 이주인권단체들의 비판이 계속되면서 철회됐다. 그야말로 미국이나 유럽,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벌어진 인종분리정책을 떠올리게 하는 명백한 차별행위였고 그 주체는 바로 정부와 지자체였다.
코로나19 팬데믹 발생초기에 마스크 공급량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시행한 공적 마스크는 약국을 통해 건강보험가입자임을 확인하고 주민등록증이나 외국인등록증이 있는 사람만 살 수 있도록 했다.
건강보험 가입은 이주민의 경우 직장가입을 제외하고 지역가입은 한국에 입국한 지 6개월이 지나야만 가능하다. 또한 체류비자에 따라 가입자체가 배제된 이주민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현재 한국의 이주민 수는 약 250만 명에 달하고 있으며 이 중 100만 명 이상은 건강보험 제도에서 아예 배제돼 있는 상태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주민단체들은 직접 마스크를 제작해 배포하거나 전국에서 마스크를 기증받아 무료배포에 나서기도 했다.
이렇듯 방역수칙이나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정부의 긴급정책들은 이주민들에겐 제대로 전달조차 되지 않았다. 코로나19 초기상황에서 정부는 예방수칙과 자가격리수칙 정도만 16개국 언어로 배포했을 뿐이다.
한국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이주민들은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정보를 공유받는 데 매우 제한적이었으며 불안과 공포의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역시 ‘외국인 제외’가 기본 전제였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국적과 인종, 계급을 가리지 않았음에도 이에 대응하는 시스템은 그렇지 않았다. 정부와 공공기관, 언론 등을 비롯해 인권에 기반한 가이드라인은 작동하지 않았고 ‘정책참여자들의 인식 속에 과연 이들이 존재하기는 하는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
여기에 더해 사업주들에게 종속적인 이주노동자 제도와 열악한 숙소환경,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정책 부재는 재난상황에서 이들을 더욱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았다. ‘바이러스 앞에서 과연 모든 사람이 평등한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저출생에 의한 지역소멸과 인구소멸, 노동력 부족 등의 이유로 이주노동자와 이주민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그러나 기계가 아닌 사람이 오는 것인데 그에 기반하는 시스템과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기만 상태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발생한 보건의료정책의 사각지대 문제를 정부정책에 관여하는 많은 이들이 다시 들여다보길 바란다. 국적기준이 아니라, 건강보험 자격여부를 떠나 체류조건과 무관하게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이 배제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은 모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출처 : 건치신문(http://www.gunch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