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반주사부터 마늘주사까지 얼마 전, 시내 모 유명 척추 전문 병원이 척추 환자인 우리 단체 회원에게 태반주사를 주사하였다. 이때 태반주사의 광고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피부노화 방지, 관절염 치료, 아토피 증상 개선, 게다가 주름제거와 성기능 장애 개선까지..... 거의 만병통치약 같이 선전하였다. 이에 이 회원이 집에 돌아와서 도대체 태반주사가 뭔가 하고 인터넷을 찾아보니, 식약청 허가 범위에는 갱년기 장애 증상 개선과 간 기능 개선 두 가지 뿐이 없는 걸 본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 외의 사항들에 대한 효능 효과는 그야말로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 이 분이 누군가? 바로 이전의 글에서 무려 한 꼭지에 걸쳐 소개해드린 바로 선택진료 이야기의 김건식 씨다. 이 양반에게 걸렸으니(?) 결국 병원장이 집에까지 찾아와서 사과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대충되었다. 이런 태반주사 시장이 2003년도에 겨우 7억 원에 불과했었는데 2005년에는 무려 200억 원 대로 확장되었다. 좀 이상한 것을 넘어서서 비정상적인 시장 증가 추세다. 내가 여기저기 강의를 나가서 특히 여성분들에게 태반주사를 물어보면 거의 전부 ‘피부노화 방지, 피부 미용효과’로 효능을 알고 있고, 간간히 남자들은 아 그거 힘이 좋아진다며? 한다. 얼씨구 요새는 게다가 일명 ‘마늘주사’라는 것까지 나왔다. 주사의 성분이 마늘의 특정 성분과 같다는 것이다. 두말 할 것도 없이 모두 보험이 안 되는 비급여 행위들이다. 이거 좋게 보면 ‘의학의 발전’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근거도 없는 행위를 가지고 우리들 돈 빼먹는 일일 수도 있다. 돈만 빼 먹히면 다행이지만 혹시라도 몸까지 망가지면 그땐 돈이 문제가 아니다. 이미 다른 글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는 모든 집단은 소위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비급여를 개발하고 확장하려고 하는 경향성’을 갖는다. 영상진단장비인 X-RAY--> CT --> MRI --> PET는 이야기 순서대로 보험적용이 되었고, 맨 앞의 것이 보험적용이 되면서 비급여 항목으로 순차적 개발되었다. 새로 개발된 행위와 약제 그리고 치료재료는 당연히 이전 것보다 비싸다. 이렇듯 어쩌면 앞으로 앞서 이야기한 마늘주사 뿐만이 아니라 몸에 좋다는 청국장주사, 쑥주사 등 다양한 것들이 나올지도 모른다. 아니 이름은 그렇지 않아도 분명 또 나올 것이다. 이렇게 비급여 의료행위의 개발은 의학의 발전인 측면이 존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따로 정해진 가격도 없을뿐더러 비용 전액을 환자에게 직접 받고 그것이 건강보험이든 민간보험회사든 간에 비용을 따로 청구하지 않아 ‘관리영역’에서 벗어날 수 있기에 모든 의료공급자들이 선호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까 갖가지 비급여 항목이 늘어난다. 게다가 늘어나는 비급여의 가격 또한 임의로 공급자가 정하다보니 소위 ‘적정 가격’이라는 게 있을 리 없다. 굳이 그런 게 있다면 공급자들이 받고 싶은 ‘권장가격’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비급여 서비스를 어느 날 보험 적용을 할라치면 문제는 그간에 받던 가격을 다 인정해줄 수가 없으니 원가에 의한 가격 조정을 해야 하는 데 이게 쉽지 않은 문제가 된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병원 밥값을 보험적용한 2006년의 예이다. 병원에 따라 일반식을 3~4천원에서부터 7~8천원까지 받았던 병원 밥값을 보험적용하기 위해 일정한 기준에 의한 가격으로 조정하기가 실제 매우 어려웠다. 아마 추후 보험적용이 될 초음파도 마찬가지의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현재 초음파 행위 한 가지만 해도 2005년 기준으로 1년에 년간 1조 3,500억원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한번 찍을 때마다 1~2만원부터 많게는 8~9만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격을 받고 있다. 앞으로 어느 기준에 의해 가격을 정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기준의 합리성 여부를 떠나서 현재 병원들이 마음대로 받았던 가격을 못 받게 하는 것 자체에 대해 심각한 저항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급여 관리 못하면 우리의 미래가 어둡다 앞서 다른 글에서 비급여는 병원과 의사들에게 블루오션일지 모르지만 의료를 이용하는 우리에게는 비급여가 블랙오션이라 했었다. 비급여 의료서비스들이 만들어지는 것이야 어느 나라야 없겠냐만 문제는 이에 대한 통제기전이 없이 의료인들 마음대로 그리고 환자들에게도 의료기관들이 알아서 시술을 하던 투약을 하던 재료를 쓰던 전혀 관리감독이 안된다면 이는 큰 문제다. 이 상황에서는 정부가 도대체 어떤 행위에 돈이 얼마나 들어가고 실제 환자가 일 년에 얼마나 그것을 이용하고 있는지조차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 계획을 세우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따라서 당연히 그 행위에 의한 부작용이 얼마나 있는지 그래서 보험적용을 해주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도 알 수가 없다. 이에 따른 국민들의 의료 이용에 대한 위험성이 100% 그대로 노출되는 것은 그 필연적인 결과다. 보험이 안될 뿐더러 가격도 공급자가 알아서 정하니 의료비용으로 인한 경제적 고통이 가중되는 것 역시 필연적이다. 제주도 있는 친구가 어느 날 서울에 라식수술 잘 하는 안과가 있다고 해서 수술 날자 잡아서 비행기를 타고 왔다. 아시다시피 이 눔의 라식수술은 비급여다. 그 잘 한다는 안과의 수술비용을 물어보았더니 카드로 내면 220만원, 현금으로 내면 200만원이란다. 카드로 내도 어차피 내가 결제해야 하는 돈인데 현금으로 내면 무려 20만원을 깎아준단다. 이거 뭐 굳이 머리 안 쓰고 쓱하니 잔머리만 돌려도 바로 아래 은행에 가서 그 카드로 현금서비스 받아 내도 더 싼 거 금방 알아버린다. 현금 서비스 200만원 받아도 수수료에 이자까지 2,3만원이면 될 테니 말이다. 아무튼 그 친구가 간 그날 이렇게 라식수술 예약되어 있는 사람들이 무려 60명이 넘는단다. 다른 거 하나도 안 해도 라식수술으로만 올리는 매출이 하루에 1억이 넘는 거다. 내는 돈은 거의 다 현금이라고 봐야 한다. 카드로 긁지 않았으니 사실 얼마의 매출을 올리는지는 며느리도 모른다. 크던 작던 이런 행위들이 산재해 있으니 2006년 말에는 연말정산 한답시고 이런 비급여 매출액을 모두 신고하라고 했더니 난리가 났다. 그간에 이렇게 각종 비급여 행위들을 관리감독 안한 것이 이제 그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비급여의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이에 대한 관리감독을 하지 못하면 아래의 표처럼 각종 희귀질환자와 난치병 환자들에게 대만과 같은 혜택을 주기가 어렵게 된다. 아래의 표는 대만의 전민보험(대만은 건강보험을 전민보험이라 한다.)이 어떻게 환자들을 보호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암을 비롯해서 거의 대부분의 희귀난치질환자들은 전민보험에 중대상병환자로 등록을 하여 확인 카드를 발급받으면 입원해서는 우리 돈으로 80만원 이내 그리고 연간 누적 치료비용이 우리 돈으로 135만원을 넘으면 돈을 모두 돌려주거나 넘는 순간 안내도 되도록 되어 있다. 바로 아래 보시는 본인부담상한제의 위력이다. 이렇게 본인부담상한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었던 주요 원인은 대만 전민보험공단이 비급여 의료서비스에 대해 기준을 가지고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공공보험인 건강보험이 대만처럼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전체 의료에 대한 보장을 해주는 것이 기본이다. 이런 본인부담금상한제가 높은 치료비에 허덕이다가 패가망신했던 그 환자와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서 하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참고> 대만 전민건강보험의 본인부담 개요
※ 2004년 10월 13일자 『한겨레』 기사에서 인용
비급여와 6개월에 2백만원인 본인부담금상한제 그러면 우리는 본인부담금상한제가 없나? 무신 소리. 우리도 만들긴 만들었다. 2004년 6월 29일하고 30일 양일간 나는 많은 환자들이 전화와 이메일로 물어보는 이 눔의 본인부담금상한제에 대해 답변을 해주느라 엄청 바빴다. 질문의 요지인 즉슨, ‘앞으로 6개월에 3백만원만 넘으면 이제 우리는 돈 한푼 안내도 되는 거냐?’가 핵심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복지부가 이 제도를 발표하면서 ‘고액 중증질환자에 대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여 가계파탄을 방지하고자’ ‘6개월간 진료비를 합산하여 환자 법정본인부담금이 3백만 원을 넘는 경우 초과되는 진료비를 전액 보험자(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다.’고 하였으니 허구허날 치료비로 수백 수천만 원의 돈을 마련해야 하는 백혈병 환자와 그 가족들이 내게 전화해서 그런 질문을 할 수밖에. 하지만 사람들은 내 설명을 듣고 어떤 사람은 ‘에이 그럼 그거는 사기네?’ 하는 사람도 있었고, 또 어떤 사람은 ‘제도가 좀 그렇긴 하지만 지금 처지에 그거라도 어디야?’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거라도 어디야 라고 생각하는 분은 자신들에게 어느 누구도 구원의 동아줄을 내려주지 않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거라도 고맙다는 것이었고, 한마디로 ‘그거 사기네?’ 했던 분은 우리나라의 본인부담금상한제가 결국 보험이 안 되는 비급여를 뺀 나머지 금액만 가지고 계산한다는 것을 두고 했던 말이다. 좀 죄송하지만 이전의 비급여 이야기를 하면서 썼던 표를 다시 한 번 써야겠다. 의료와 관련된 용어와 내용들이 워낙 사람들이 안 쓰는 말로 가득해서 일반 사람들과 환자들이 사실 이해하기가 그리 쉽지가 않아 표를 리바이벌한다.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원래 우리나라의 본인부담금상한제는 6개월에 300만원을 상한선으로 하고 있었다가 최근 2007년 7월 1일부터 상한선이 200만원으로 내려갔다. 좀 나아지긴 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전제는 바로 ‘비급여는 빼고’다. ‘보험적용이 안 되는 비급여를 뺀 것이 뭐 그리 대수냐?’ 하고 물으시는 분들은 고맙게도 그간 아프질 않으셔서 병원이용을 안하셨거나 경증으로 다녀오신 분들이다. 하지만 그간 치료비를 물붓 듯 돈을 쓴 환자와 가족들은 ‘이거 크게 도움 안 된다.’ 하는 이유가 있다. 전체 치료비 중 비급여 비용이 워낙 많은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본인부담상한제는 고액중증환자의 패가망신을 막을 수 없는 제도다. 위의 표 중 비급여 부담금(C)를 빼고, 환자가 내는 법정본인부담금(B)의 총액이 200만원을 넘어야 혜택을 보는 것이다. 암환자의 경우 법정본인부담금(B)이 200만 원이넘는다는 것의 의미는 암환자 법정본인부담금이 10%임을 감안할 때 보험이 되는 항목에서만 총 진료비가 2000만원이 나왔다는 뜻이다. (C)를 뺀 (A) +(B)의 진료비가 2천만 원이 넘는 환자가 그리 많은 수자가 아닐 때 혜택을 받는 환자의 수자 또한 그리 많은 수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암환자의 보장성이 약60%정도 되는 것을 감안할 때 (A)는 1800만원, 그리고 (B)는 200만원, (C)는 1000여만 원이 된다. 다시 말해서 본인부담상한제의 혜택을 받는 기준선은 암환자의 경우 총 진료비가 3000만원 정도 나왔을 때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상항이 이러니 암환자들은 ‘에이 그럼 그거 별 볼일 없는 거네.‘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뭘까? 당연히 비급여 비용이 크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비급여가 사라져서 대부분 보험적용이 되는 급여 항목으로 이동하게 되면 그때서야 본인부담금상한제가 작동하기 시작할 것이다. 명실상부 의료비 때문에 패가망신을 막는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비급여가 의료계에는 블루오션일지 몰라도 우리에겐 블랙오션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