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1월 17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 2세미나실에서 건강보험체납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가 열렸다 . 본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의 권미혁 의원실과 건강세상네트워크 , 시민건강증진연구소 , 주빌리은행이 공동주최하고 ,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으로 진행한 것이다.
토론회는 1부 증언대회와 2부 토론회로 진행되었다 . 건강보험체납으로 인한 피해증언으로 첫 번째로 발언한 서민주 (가명 )씨는 몸이 아파도 부당이득금 때문에 병원을 이용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 현재는 월 80만은 급여를 받는 직장을 다니며 4대 보험료를 납부하기 때문에 병원을 이용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 현재는 꼬박꼬박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계의 어려움으로 체납한 과거 때문에 여전히 병원을 이용하지 못함에 충격을 받았다 .
두 번째로 발언한 이진영(가명 )씨는 과거 유학 문제로 출국 하면서 공단에 고지서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처리해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출국 이후에도 납부고지서가 나와 체납하게 되었으며 , 현재는 일정한 수입이 없어 또 체납하게 되었다 . 이러한 상황에서 무조건 연체금을 부과하고 독촉만 해서는 스트레스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덧붙였다 . 또한 보험 적용을 받는다 해도 그 마저도 부담이 돼서 병원에 못 가는 빈곤층에게 부당이득금까지 부과하는 데 따른 고통을 토로하였다 .
마지막으로 발언한 한국아동청소년 그룹홈 협의회 이재욱 팀장은 아동의 사례들을 대신 전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했다. 폭력 및 방치 등으로 부모와 분리돼 시설에 입소한 아이들이 수급권을 획득하기 까지는 통상 4개월 가량이 소요되는데 , 그 행정상 4개월의 공백동안 미성년자 아이들에게 건강보험료가 부과된다 . 이에 건강보험공단에 항의를 하여도 원칙을 들먹이며 무조건 납부하라는 대응만 있었음을 지적했다 . 또한 그룹홈에서 자립한 만 18세 이상의 청년이 군대 갔다 와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을 때 이미 상당한 건강보험체납료가 쌓여 있는 경우도 언급 하였다 .
2부는 시민건강증진연구소의 김선 연구원의 건강보험체납 실태조사 및 제도개선안 발표로 시작 되었다 . 발표는 국민건강보험 체납 현황 및 보험료 체납 관리제도 , 건강보험 자료 분석 결과 , 면담 분석 결과 , 다른 나라의 체납 관리제도 , 다른 사회보험의 체납 관리제도 , 제도개선 방안 등으로 구성되었다 .
현재의 국민건강보험의 체납 관리제도는 체납이 발생한 ‘이후 ’에야 다양한 체납 관리제도가 작동하고 , 납부자와의 형평을 이유로 체납자 지원 제도 (분할납부 , 결손처분 )는 제한적으로 시행하는 반면 체납자 제재 제도 (연체금 부과 , 독촉 , 체납처분 , 급여 제한 , 부당이득 징수 )는 강력하게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또한 건강보험 가입자를 우선하는 것이 아닌 행정적 편의를 우선하고 있었다 . 결과적으로 현행 체납 관리제도만으로는 기존 체납문제 해소 및 신규 체납을 예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
건강보험공단의 양적 자료를 분석한 결과, 6회 이상 체납 규모가 기존에 알려진 것 (134만 세대 )과 달리 216만 세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이는 세대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 가구원 수를 적용하면 체납자는 405만명에 이르는 것이다 . 또한 월 보험료 5만원 미만의 생계형 체납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이들은 장기 체납으로 이어지는 특성을 보였다 . 연대납부로 인한 미성년자 및 청년층 체납 규모도 4만 7천명으로 상당하였다 .
연구팀에서는 양적 자료뿐만 아니라 체납 경험자, 건강보험공단 지사 실무자 , 시민단체 활동가 , 사회복지시설 실무자 등과의 면접 자료 또한 분석하였다 . 각종 위험과 취약성을 생산 , 재생산하는 사회구조 속에서 개인들은 우연적으로 발생하는 파산과 실직 , 재난적 의료비 등의 위기 사건들을 마주하지만 건강보험제도는 이와 같은 취약성과 위기를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체납이 발생한다 . 건강보험제도는 이렇게 발생한 체납자에 대해서도 전혀 친화적이지 않다 . 갚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추심자 역할을 함으로써 오히려 갚을 수 없게 만든다 . 이렇게 제도로부터 배제된 체납자는 생계의 위협에 내몰리며 , 건강할 기회가 상실된다 . 또한 자책감 , 자괴감 , 분노와 모욕감을 느끼면서 인간으로서의 존엄 역시 짓밟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대만과 일본 등 한국과 마찬가지로 사회보험 방식의 건강보장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들을 살펴봤을 때, 한국은 다른 나라들보다 징수율은 크게 높은 반면에 보험료를 납부하기 어려운 이들을 지원하는 제도는 상대적으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 또한 다른 나라들은 체납자가 체납사실을 조기에 알 수 있게 하고 , 장기체납에 빠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었다 . 한국보다 보험재정의 정부부담 비중이 높은 것 또한 특징이었다 .
한국의 다른 사회보험 역시 사각지대가 있었다. 그러나 국민연금을 보편적으로 보완하는 조세기반의 기초연금이 있다는 것 , 산재보험의 경우 보험료의 납부와 수급이 분리되어 있다는 차이가 있었다 .
연구팀에서는 제도개선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방안들을 제시하였다. 체납문제의 체계적 관리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 ▲국민건강보험 체납 통계 생산 및 공개 ▲체납 문제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및 재정운영위원회 안건화 ▲복지부 산하 ‘건강보장시민위원회 ’ 신설 ▲공단 산하 ‘가입자권리보호실 ’ 신설 ▲미성년자 등 보험료 납부의무 면제 등을 제안하였다 . 기존 체납자 및 체납보험료 감소 방안으로는 ▲의료급여 수급권자 등 체납보험료 납부의무 면제 ▲결손처분 기준 완화 ▲의료급여 수급권자 기준 확대 등을 제시하였다 . 체납자 발생 및 장기체납 억제방안으로는 ▲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보험료 감면 확대 ▲체납자 지원체계 개선 등을 제시하였다 . 과도한 체납처분으로 인한 체납자의 권리침해 억제 방안으로는 ▲체납자 통장압류 요건 준수 ▲장기체납으로 인한 급여제한 규정 폐지 등을 제시하였다 .
마지막으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였다. 단기적으로는 역진적인 보험료 부담을 누진화 하고 , 건강보험공단의 핵심적인 미션을 징수율 제고에서 가입자 및 피부양자의 수급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전환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 장기적으로는 사회보험방식에서 조세방식으로 전환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
발표 이후에는 4명의 지정토론자가 토론을 이어나갔다 . 첫 번째로 건강세상네트워크의 김정숙 활동가는 생계형 건강보험 체납자 지원 사업을 수행하면서 접한 사례들을 통해 체납자들의 형편과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 하였다 . 많은 체납자들이 체납 정보를 잘 알지 못하고 , 직접적인 불이익이 왔을 때에야 인지하고 있었고 , 정기적인 소득이 없거나 사업실패 등으로 인해 체납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 체납으로 인한 어려움으로는 병원이용 제한이 가장 컸다 . 이들은 부당이득금 때문에 병원 이용을 하지 못하고 , 병이 심각해질 때에야 가고 있었는데 , 그로 인해 병이 악화되어 사망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 병원이용제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재들을 받고 있는데 , 이들이 국가 (건강보험공단 )로부터 행정조치를 받았을 때의 위압감은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상당하다고 하였다 . 또한 연구결과에서 보듯이 체납자가 400만명이 넘는데 , 1, 2만명도 아니고 이 정도라면 사각지대라고 보기도 힘들다며 시급한 문제해결을 촉구하였다 .
두 번째 토론자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전가영 변호사는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짚어보았다. 현재 지역가입자의 경우 미성년자 세대원도 원칙적으로 연대납부의무를 부담하고 , 일부 경제적 능력이 없는 미성년자에 대하여서는 연대납부의무를 면제하고 있다 . 하지만 이러한 연대납무의무 면제 대상이 지나치게 제한적이라 여기에 포섭되지 못하는 극빈층 미성년자 집단이 상당히 많다 . 이러한 제한적 면제 규정은 극빈층 가정의 자녀들에 대한 체납고지와 독촉을 정당화하는 매우 부정의한 규정이며 ,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취할 의무를 져버린 것으로서 인간의 존엄성 및 국민의 건강권에 부합하지 않는다 . 이에 대해서는 미성년자에게까지 연대납부의무를 부과하는 현 규정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 본래 취지인 사회보험으로서의 국민건강보험제도에 걸맞는 개선방향이라 하였다 . 현행 결손처분 기준에 관하여서는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과 최저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 국민건강보험법의 결손처분 기준에 따르면 채무자가 재산이 전혀 없는 경우에 한해서만 결손처분을 받을 수 있다 . 일반채권에 대한 파산 , 개인회생의 경우에도 최소한의 임대차보증금 , 몇 개월간의 생계비를 보유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 국민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건강보험제도가 오히려 국민들에게 더욱 엄격한 기준을 요구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하였다 . 마지막으로 체납자에 대한 통장압류에 관하여 언급하였다 . 민사집행법상 150만 원 이하의 예금은 압류금지채권으로 규정되어 있기에 건강보험이 체납되어 통장을 압류하는 경우에도 150만 원 이하의 예금은 압류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나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예금 잔액을 확인하지 않고 압류를 실시하고 있다 보니 150만 원 이하의 예금을 하는 경우도 많다 . 문제는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상에는 압류의 근거만 마련되어 있을 뿐 이를 해제할 수 있는 이의신청 등의 제도에 대해서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 따라서 통장압류 요건을 준수하여야 하며 , 그것이 힘들다면 위법한 통장압류를 해제할 수 있는 방안이라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하였다 .
세 번째 토론자 국민건강보험공단 통합징수팀 김후식 부장과 네 번째 토론자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 이창준 과장은 각각 건강보험공단과 복지부의 입장을 이야기 하였다. 건강보험공단 김후식 부장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결손처분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 그러면서도 보험료가 징수되지 않으면 급여 재원이 부족하게 되고 , 보험료를 인상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성실납부자들의 불만이 커지므로 형평성 차원에서도 징수가 중요하다고 하였다 . 공단이 체납처분을 강력하게 하는 것은 법상으로도 그렇게 되어 있고 , 또한 당연한 책무라고 하였다 . 장기체납이 되지 않도록 초기에 개입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하며 , 그래서 현재 다양한 우편물을 통해 체납금을 내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을 안내하고 있다고 하였다 . 한편 높은 징수율에 대해서는 , 기재부가 재원 획득을 더 많이 하도록 평가를 하기 때문에 징수를 할 수밖에 없으며 , 기본적으로는 재원의 문제라고 하였다 .
보건복지부 이창준 과장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면서 국민들의 건강보험료가 높아지지 않도록 국민들의 수용성을 고려하여 부과체계개편을 논의하는 중인데, 이 날 이야기한 체납문제 , 특히 아동과 임산부에게 불이익이 가는 문제 등을 연계하여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 또한 장기체납자를 지속적으로 안고 가는 것과 결손처분을 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바람직한지 공단에 분석을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이야기 했다 .
지정토론을 마친 후에는 토론회 참석자들의 의견들을 들었다. 그 중에는 현재 체납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인 40-50대들이 체납 상태로 노인이 되면 적절한 시기에 병원 이용을 하지 못함으로써 향후에 더 큰 의료비를 지출하게 되고 , 건강보험공단의 부담도 더 커질 수 있으므로 필요할 때 의료이용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 또한 한국미혼모가족협회 김도경 부대표는 입양아는 의료급여 1종이 적용되는 데 반해 미혼모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아이를 낳아 기를 때에는 차상위계층만 되어도 의료급여가 박탈됨을 이야기 하였다 . 현재의 제도에서는 미혼모가 직접 아이를 양육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 차상위계층 정도의 소득만 있어도 의료급여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근로 의지를 꺾는다는 지적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