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22일, 의료채권 발행에 관한 법률안(이하, 의료채권법)이 정부 발의로 국회에 접수되었다. 그 이후, 이 법안을 제안한 이들은 국민들의 눈치를 보며, 법안을 상임위에 상정할 기회만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왜 이 법안은 국민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것 일까? 그 내용을 보자.
의료채권법 주요내용 요약 -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비영리법인만 발행가능 (개인병원, 공공병원 발행 불가능) - 의료채권으로 모집한 자금은 의료 행위에 직접 연관된 사항에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그 외 부대사업(장례식장, 주차장, 음식점 시설 등)에 사용금지 - 법인이 운영하는 모든 의료기관의 순자산액의 4배까지 채권발행이 가능(상법과 동일)하도록 하고, 의료채권은 상법상의 회사채와 거의 유사한 성격으로 법에서 직접 규정한 바 외에는 상법관련 규정을 준용
그 내용을 뜯어보면, 먼저, 비영리법인만 발행가능하다고 말하고 있고, 의료기관의 안정적 자금조달을 통해 의료서비스를 개선시키려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비영리법인이 회사채와 거의 유사한 채권을 발행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비영리법인이 영리법인과 다른 점은, 운영과정에서 발생한 수익금을 반드시 경비와 내부 재투자에만 써야하고, 외부로 수익이 흘러나가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비영리법인의 '비영리'이다. 그런데, 채권은 채권자에게 병원 수익의 일부를 지급해야 한다. 이것은 비영리법인의 비영리성을 폐기하려는 시도와 마찬가지라 볼 수 있다. 병원은 필수적 치료 분야보다 병원의 수익이 남는 분야를 더 확장할 수 밖에 없어, 결국 완전한 영리병원화 될 것이다. 그리고, 자금을 부대사업에 쓸 수 없고, 의료행위와 직접 연관된 일에만 쓸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병원의 각종 부대사업은 대부분 안정적으로 이익을 남기는 사업이므로, 굳이 채권을 이용한 자금을 쓸 필요가 없다. 마치, 의료의 개선을 위해서 채권을 이용한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지만, 현실을 따져보면 필요 없는 내용을 끼워 넣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의료채권은 대부분 상법관련 규정(주식회사에 적용되는 규정)을 준용하고 있다.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에 대한 규정을 의료행위에 적용한다는 것은 병원이 영리를 추구하는 길을 열어가겠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의료채권 이야기를 하며 기존엔 열악한 자금사정의 중소병원에 대해 말하더니, 지난 3월 13일, 보건복지부가 주도한 '서비스 산업 선진화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자신들의 속마음을 드러냈다. 영리병원을 신설 가능하게 하고, 병원이 MSO를 설립가능하게 하고, 거기에 더해, 비영리병원이 채권을 발행 가능하게 한다고 한다. 의료채권법은, 비영리 병원들 상당수를 당장 법적으로 영리병원으로 만드는 것이 힘든 일이다 보니, 비영리병원이 실질적으로 영리병원화 되도록 하는 법안일 뿐인 것이고, 더 나아가 모든 병원이 영리병원화 되어갈 수 있게 만드는 법안인 것이다.
국민들의 눈치를 보며 상정을 시도할 것이 아니라, 정말 의료서비스 개선을 추구한다면, 당장 폐기해야할 법안이 바로 의료채권 발행에 관한 법률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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