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약 이가탈, 두통약 판절, 우산표 활멍수, 쑥쑥 캐는 케도통....
어떤 이가 텔레비전의 일반적인 음향과 음량보다 광고의 음향과 음량이 약 반 이상 더 높다고 말한 적이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 가만히 들어봐도 광고의 음이 훨씬 더 하이톤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러기에 어른이나 아이나 할 것 없이 무의식중에 CM송을 부르게 되는 것은 소비자가 그저 배우지 않으려 해도 결국 ‘배우게 만드는’ 광고의 힘이다. 물론 광고야 많이 팔기 위해 상품의 이미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주기에 아이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광고에 쏙 빠지게 하는 게 목표지만, 사람들은 기업이 매출을 올리기 위해 광고가 일정 정도 상품을 과대포장하고 있다는 것을 언뜻언뜻 잊어버린다.
그렇기에 광고는 어느 나라에서든 특정 규정을 두고 제어하고 있다. 맥주 등 술 광고를 밤 10시 이전에는 광고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그런 예이다. 일반 상품들도 그럴진데 의료와 관련한 것은 광고가 잘못 전달이 되면 해당 심하면 소비자들의 생명에도 심각한 위협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러운 것이다. 그래서 의료광고는 그간 광고의 내용과 범위 그리고 방식에 대해 매우 엄격하게 제재해 왔다.
여러분들이 보셨던 광고들을 한번 봐보자. 텔레비전을 켜면 잇몸 튼튼, 워매 씹으니까 참 좋구만 하는 잇몸약 이가탈 광고, 두통약 판절 광고, 우산표 활멍수 광고, 쑥쑥 캐네니께 참 좋네 하는 케도통 등의 약광고가 나오고, 보다가 심심해서 월간지를 뒤척거리면 포커스 인물 비뇨기과 의사 거시기, 장안에 소문난 명의 10인, 이거 먹고 났어요 하면서 환자를 앞세운 약장사들이 판을 친다. 정보 쓰레기의 바다라고 하는 인터넷에 접속하면 진짜 여기는 각종 정보가 바다처럼 많다. 이곳은 아예 그냥 대놓고 광고를 한다. 방법도 모두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지금 보고 있는 의료에 관한 광고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잘 모른다. 오히려 열심히 보다보면 진짜인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는 것인 일반적이다. 진짜 잇몸약 이가탈(?)을 먹으면 잇몸 튼튼 이빨 튼튼이 될까? 실제로 약만으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님에도 사람들은 이 약을 먹으면 모두 그렇게 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장안에 소문난 명의 10인은 근거가 무엇일까? 그 근거는 ‘소문난’이다. 소문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일요일 오전에 방영하는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의 진실 혹은 거짓 프로에 올려봐야 알 것이다. 이렇듯 광고는 우리 입장에서 보면 뭐 좀 다양한 정보를 얻는 거 아닌가 하고 애써 좋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상품을 과장하여 인식함으로써 받을 수 있는 피해에 노출됨으로 인해 피해자 또는 예비 피해자들을 양산하는 역할이 더 크다.
동네 의원 간판에 숨겨져 있는 진실 혹은 거짓
이렇듯 광고 중에서도 의료 광고가 가질 수 있는 폐해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심각한 문제다. 자 그럼 우리들이 가장 많이 보고 있는 의료 광고는 무엇일까? 그건 다름 아니라 바로 동네 의원의 간판들이다. 슈퍼보다 많은 동네의원들의 간판을 우리는 길을 가면서 차를 타고 가면서 수시로 우리의 의도와 관계없이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렇게 무심히 보고 가는 의원 간판에도 ‘아니 이렇게 깊은 뜻이?’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내 이름이 강주성이니까 내 이름으로 예를 들어보자.
만약 동네에 강주성이라는 의사가 개원을 했는데 ‘강주성 내과’라고 간판을 붙였다 치자. 이 간판에 담겨 있는 뜻은 강주성이라는 의사는 ‘내과 전문의’라는 뜻이다. 엥? 뭘 보고? 그럼 만약 ‘강주성 의원’이라고 쓰고 그 밑에 진료 과목을 표시하면서 ‘내과, 소아과’라고 쓴 간판은 무엇일까? 그 강주성은 의대를 졸업하고 ‘전문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일반의사’라는 뜻이다. 이렇게 간판에서 일반의와 전문의를 구별하게 만든 것은 의사를 찾아가서 면허증을 확인하지 못하는 국민들에게 외부에서 의료인에 대한 정보를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들이 바로 알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취지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런 걸 모를까? 당연하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으니까!
그럼 내과 전문의인 강주성이라는 사람이 간판을 ‘강주성 그리고(조그맣게 진료과목이라고 표기한 후) 같은 크기의 글씨로 내과 소아과를 병기하면? 요건 불법이다. 그 강주성이라는 의사가 간판을 ’강주성 내과‘라고 달고 그 밑에 같은 크기의 글씨로 진료 과목 소아과, 피부과, 성형외과라고 썼으면? 그것도 불법이다. 전문의는 자기 전문 과목 외의 다른 진료 과목을 표기할 때는 반드시 전문 과목 표기 글자 크기의 반 이하로 표기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2006년 이전에는 강주성이라는 의사가 비만 ’클리닉‘ 또는 비만 치료 ’쎈타‘라고 표기해도 불법이었다. 클리닉이나 쎈터라는 표기를 의원에서는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이는 일반의가 자기 의원의 간판을 특정 질병을 가져와서 00클리닉 또는 00쎈타라고 표기했을 때 사람들이 ’아, 저 의사는 저 질병의 전문가구나‘라는 오해를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 규정은 2007년 7월 의료광고 심의기준을 발표하면서 ‘가능한 행위’인 것으로 유권해석이 내려졌다. 야금야금씩 의료광고의 허용범위를 넓혀가는 것이다.
광고에도 판결에도 철학이 필요하다
이는 2005년 10월 27일 의료법 46조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온 이후 달라지는 의료광고 시장의 모습이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한국 의료의 상황과 의료의 특수성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 판결한 것으로 생각된다. 다른 분야도 그렇겠지만 특히 의료와 관련한 문제는 이의 사회적 파급력과 영향력이 어떠할 지에 대한 관점과 철학이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판결이 이렇게 나왔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고 실망스러운 일이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다수 의견과 소수 의견이 있는데 이 판결과 관련하여서는 한명의 의견이 더 많아서 위헌판결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바쁘더라도 요건 판결의 핵심 내용을 한번 봐야 한다.
재판부는 “의료인의 기능이나 진료방법에 대한 광고가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것이거나, 소비자들에게 정당화되지 않은 의학적 기대를 초래 또는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거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것이라면, 국민의 보건과 건전한 의료경쟁 질서를 위하여 규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객관적인 사실에 기인한 것으로서 소비자에게 해당 의료인의 의료기술이나 진료방법을 과장함이 없이 알려주는 의료광고라면 이는 의료행위에 관한 중요한 정보에 관한 것으로서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에 도움을 주고 의료인들 간에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므로 오히려 공익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취지로 위헌판결을 내렸고,
소수의견은 “의료인의 기능과 진료방법’은 의료인에 따라 매우 다양하며, 이에 대한 광고는 전문적이고 주관적인 내용으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고, 의료기술이나 진료방법에 대한 정보는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렵거나, 소비자에게 잘못된 기대를 갖게 하거나, 현대의학상 검증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의료인의 기능과 진료방법에 관한 광고는 환자의 입장에서는 잠재적으로 기만적인 것이 되기 쉽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였다.
재판부가 이런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내용 중 ‘객관적인 사실에 기인한 것으로서 소비자에게 해당 의료인의 의료기술이나 진료방법을 과장함이 없이 알려주는 의료광고라면’에 있다. 그런데 이미 의료가 시장판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광고를 할 의료 광고주가 있을까? 광고란 대중들에게 알리는 자의 일정한 목적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일반 의원과 병원이 광고를 한다는 것은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것이 목적인 것은 말해봐야 입만 아픈 거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렇게 광고를 해서 환자를 유치하라고? 이는 의료 광고를 반드시 국민의 ‘건강권’이라는 관점에서 다루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다분히 형식 논리적인 판단에 기울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 판결로 인해 지난 2006년 4월부터 TV와 라디오를 제외한 모든 매체에 대해 의료광고의 길이 열렸다. 얼마 전 대전에 가보니 신기하게도 대전에는 택시 문에 모두 의료기관 광고가 부착되어 있었다. 대전 지역의 의원들 광고였는데 모두 비뇨기과, 성형외과, 안과 등 보험이 안되는 비급여 진료가 많은 과목들이었다. 이렇게 현재 의료 광고는 나날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비만전문 한 달에 8KG 감량 보장’, ‘부작용 전혀 없음’ 등은 그나마 애교다. 특정 만성 질환에 대해서는 ‘5분이면 고통에서 해방’의 광고도 있다. 아예 성형외과 광고에는 ‘인생을 바꿔라’ ‘조각 같은 몸을 원하십니까?‘도 있다. 저런 광고들을 보고 꾸역꾸역 어렵게 어렵게 돈을 만들어서 찾아갈 환자들을 생각하면 머리가 돌 일이다.
이런 정보를 원한다.
의사-환자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다른 글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의 문제를 이야기했다. 이 문제는 전문성이라는 미명 아래 정보의 독점 문제를 이야기할 때 매우 중요하게 이야기되는 문제다. 그리고 그 문제는 의사 - 환자 관계를 수평이 아니라 상하로 유지하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이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하려고 많은 노력들을 해왔다. 처방전 2장 발행이나 고지의무 등은 그런 노력의 결과들이다. 하지만 의료광고 허용론자들은 광고가 이러한 정보의 독점을 깬다는 관점에서 의료광고 허용을 주장한다. 정말로 많이 알려주면 환자가 더 똑똑해지고, 의료기관 선택을 올바르게 하며, 환자의 권리가 신장되는가? 한마디로 말해서 턱도 없는 소리다.
그러면 의료기관을 이용할 우리들에게 또 이용하고 있는 모든 환자들에게 정말 필요한 정보는 무엇인가? 그것은 크게 3가지다. 질병관련 정보, 의료비 관련 정보 그리고 의료기관 및 의사에 관한 정보다. 예를 들어 내 병을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또 얼마나 걸리는 질병인지(성,연령별 10만 명당 환자 수) 등의 정보이고, 돈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그래서 내가 어느 정도의 돈을 마련해야 하는 지이며, 어느 병원의 누가 이 병을 잘 치료하는지 그래서 어느 병원으로 일단 가야 하는지 등이 우리가 알고 싶은 정보다. 환자가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는 객관적인 정보는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한발 더 나아가면 수술의 숙련도를 표현하는 수술건수, 진료방법별 시술건수, 환자의 만족도와 건강향상 정도, 의료분쟁 발생건수, 사망률 등 더 구체적으로 필요한 정보들이 또 있다. 그나저나 사망률 뭐 그런 거 공개하라고 하면 난리가 날 텐데.... 우리 사회에서 언제나 그런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먼저 우리가 내는 돈으로 움직이는 건강보험공단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가장 객관적인 정보를 수합하여 예를 들어 “가입자를 위한 건강보험 통계연보”의 생산 등을 검토해 보면 좋겠다. 뭐 그래야만 좀 객관적이고 또 필요한 정보를 국민들이 얻을 수 있지 않겠나?
어떻든 의료광고 허용은 의료산업화 흐름에 탄력을 주게 될 것이다.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광고가 쏟아질 것이다. 그 광고에는 예상컨대 최고의 병원, 최고의 서비스, 최고의 의사 등등 확인되지 않은 그리고 확인할 수 없는 각종의 이미지 광고들이 넘쳐 날 것이다. 우리처럼 ‘최고’를 좋아하는 국민들에겐 분명 그런 광고가 먹혀 들어갈 것이다. 보건정책 당국자님들아. 아무리 의료법상의 의료광고에 대해 위헌 판결이 났다고 하더라도 그런 광고는 허용해서는 안 된다. 하늘이 두 쪽 나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