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논평

제목[기고] [특별기고①] 이주민건강권 N개의 구멍2026-06-1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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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 제도가 닿지 못하는 곳, 이주민 건강권의 N개의 구멍: 시흥에서 마주한 사각지대

 

안소정(신천연합병원 마을건강센터 활동가, 우리동네연구소 운영위원)

 

지난 달 27, ‘이주민과 함께하는 건강세상(약칭 이건세)’라는 건강세상네트워크 이주민 건강권 소모임에 초청을 받아 지역에서 마주하는 이주민 건강권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다. 이건세의 2026년 교육과 모임을 4월부터 시작하여 오는 10월까지 진행되며, 필자는 경기도 시흥시 북부권역에 위치한 지역 2차 종합병원인 신천연합병원에서 마을건강센터 활동가로 5월 모임에 함께했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내국인뿐 아니라 가장 많은 외국인 주민이 살고 있는 광역지자체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시흥시는 2023년 기준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현황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주민 인구수가 74,653명으로 경기도 안산시(108,033), 화성시(76,711) 다음으로 전국 3위이고, 내국인 인구 대비 외국인 인구 비율은 약 13%로 전국 6위에 속한다. 이는 등록외국인 및 거소증소지자만을 기준으로 산출한 것으로 미등록 이주민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시흥시 외국인 주민의 약 87%가 시흥시 남부권에 거주하지만 건강권 취약주민을 상담, 지원하는 업무를 하면서 시흥시 북부권에 위치한 의료기관에서도 외국인 주민을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역에서 건강위기의 어려움을 안고 만나게 되는 이주민은 본국에서 지속가능한 삶에 한계를 느끼고 더 나은 삶의 가능성을 찾기 위해 타국인 대한민국에 자신이 취득할 수 있는 비자로 들어온 이들이다. 그러나 자국 정부 하에서도, 다른 가능성을 찾아 들어온 대한민국 정부 하에서도 개인의 생애사적 위기와 사건이 인정받고 지원받을 수 있는 길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주민의 건강위기는 해결이 어려운 혹은 운에 맡겨야 하는 처지가 된다.

 

등록외국인인 엄마에게서 출생하였지만, 아빠의 신원을 특정할 수 없으면 출생신고가 불가한 엄마 출신국의 가부장적인 출생등록제도 하에서 엄마의 본국에도 대한민국에도 출생등록을 할 수 없는 채 건강권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아이

등록외국인인 부모에게서 출생하였지만, 본국의 지진, 내란 등으로 대사관 업무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어려워 출생등록이 지연되는 만큼 건강권 사각지대에도 놓이게 된 아이

3국과 중국에서 장기간 버티다가 겨우 대한민국에 들어왔는데 화교에 대한 차별 또는 정치적 사건을 이유로 무국적자가 되는 북한이탈주민

본국의 정치적 탄압을 피해서 왔는데 대한민국 법무부의 서류 조작의 피해를 입고 난민심사에서 부당하게 탈락하고 본국에서의 고문과 폭력으로 인한 상흔과 대한민국에서의 체류자격의 불안정성을 동시에 감내해야 하는 난민 신청자

신장투석, 인큐베이터 입원 등 대한민국의 의료기술로 충분히 생존할 수 있는 상황이나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어 치료의 지속이 어렵거나, 경제적 생활의 지속이 어려운 사각지대 속의 이주민 등

 

식민주의와 제국주의의 유산이 계승된 불평등한 세계정치경제체제에서 제3세계 출신국의 주민들은 구조적 빈곤에서 탈출하기 위해 대한민국으로의 취업이나 결혼을 택한다. 또는 국가폭력과 내전, 자유가 억압된 곳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개인과 자신이 속한 사회의 더 나은 변화의 가능성을 찾기 위해서 우연에 의해서든, 선택에 의해서든 대한민국을 입국한다. 그러나 철저히 제일 생산성이 높은 나이대의 이주민을 경제활동을 위한 노동력으로, 한국 국적의 재생산을 위한 가족 구성의 방편으로만 설계된 대한민국의 이주민 제도 하에서 제도가 포괄하지 못하는 N개의 이주민 건강권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국가가 이주민은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존중하지 않는 상황에서 내국인 사용자, 동료노동자, 가족 구성원 등도 이주민을 도구적으로 대하며 이주민은 여러 폭력과 열악한 환경에 처하기 더 쉽게 되고, 제도는 이주민을 실질적, 구조적 폭력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 이는 이주민 건강위기에 또 다른 주요한 원인이 된다. 한편 계속해서 우리와 함께 살 주민이 아닌, 가장 왕성하게 활동할 시기에 노동력을 제공하고 나갈 사람 또는 정주 자격을 인정하는 것이 어려운 제도적 설계 하에서 이주민에 대한 건강권 보장과 복지체계 연결의 가능성은 더 열악하고 희박하다. 제도가 미치지 못하는 거대한 기본권 보장의 구멍을 민간의 선의와 협력만으로 감당하기에는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들의 어려움이 존재한다.

 

패권 국가 중심의 식민제국주의 하에서 통렬한 시간을 지나와서 경제선진국과 형식적인 대의민주주의의 안정성을 지켜온 대한민국이야말로, 부당한 역사 속에서 고착화 된 불평등한 세계체제 하에서, 구조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는 국가와 이주민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세계시민주의의 관점에서 이주민에게도 보편적 인권의 보장을 제도화할 적임 국가가 아닐까.

 

그러나 늘 정부와 제도는 스스로 바뀌지 않는 현실 또하 역사를 통해 절감한다. 그래서 나눔의 시간 말미에 이주민을 대한민국의 경제발전 도구가 아닌 각자 자신의 생애를 일궈가는 동시대 시민으로, ‘이주민으로 대상화하지 말고 웃으로 사귀고, ‘주민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민간의 변화를 함께 만들고 고민하면 좋겠다고 청했다. 동료 주민과 시민들의 생각과 이주민과의 관계가 먼저 변하면, 그 힘으로 이주민 건강권 사각지대를 좁힐 수 있는 제도의 변화도 견인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동네연구소라는 주민단체에서도 함께 활동하며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민생활권과 괴리된 선거구 획정 결과에 대응하는 단체의 연대성명을 발표하며 4년에 한 번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지방선거에서 지방의원 선거구 획정 시 등록외국인과 거소증 소지자는 기준인구 수에서 배제되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치적 대의 조건의 균등성을 고려할 때 외국인 주민도 지역의 정치인이 대의해야 하는 기준 인구에 포함 시키자는 요구는 실질적 정치 대표성을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변화이자 이주민 건강격차 해소를 위한 개인의 역량 회복에 있어 물질적, 사회심리적 차원을 넘어 정치적 차원까지 연결하는 주요 메시지가 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참고. http://www.shtimes.kr/news/article.html?no=47598 )

 

이주민과 함께하는 건강세상을 꿈꾸는 이건세의 시작과 향후 지속해가는 모임이 이주민과 함께하는 건강한 대한민국 사회를 향한 변화의 길을 넓혀가는 소중한 공간이라는 생각을 하며 이주민을 잘 모르기 때문에 막연히 불안한 같은 동네 주민이 아닌 관계와 서사를 알고 공감할 수 있는 이웃 주민으로 만나는 이들이 더 많아지길, 함께이기에 시도해볼 수 있는 변화가 점점이 이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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