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논평

제목[특별기고] 외상진료체계 구축 계획의 문제점과 향후 과제2011-10-05 00:00


외상진료체계 구축 계획의 문제점과 향후 과제



서울의대 응급의학교실 부교수 신상도




 


 


<편집자 주>


보건복지부는 지난 3일, 전국 16개 시도에 전문 중증외상센터를 설치하기로 하고 2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복지부는 곧 이와 같은 계획을 시행하기 위하여 참여할 병원을 공모할 예정이다. (관련기사: http://www.medigatenews.com/Users/News/newsView.html?subMenu=news&subNum=1&ID=105573)


그러나 서울대 응급의학과 신상도 교수는 공공성이 강한 '외상진료'체계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이런 정부의 계획이 충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공병원으로 확대, 육성하기 위한 계획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신상도 교수가 Health Watch에 특별기고한 전문을 아래와 같이 소개합니다.


 


 


 


들어가며



 


아덴만에서 이송된 석선장 치료를 배경으로 전개되기 시작한 국내 외상진료체계 구축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종합계획이 최종 발표되었다. 2016년까지 16개 시도에 각 권역별 외상센터를 건립하도록 지원하고, 매년 지정된 외상센터에는 적절한 운영비를 인력 보조비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학계와 병원의 부정적인 시각과 비판이 많아 향후 외상진료체계가 제대로 기능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외상환자 발생 규모



 


정확한 외상환자 발생 규모는 알 수 없으나 응급의료 진료정보망 자료를 이용한 추계로 연간 약 19만 명의 중증외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통계청 사망 자료에 의하면 약 3만 명이 손상을 원인으로 하여 사망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중 약 32%가 예방 가능한 사망이라고 하니 외상진료체계를 제대로 구축하면 약 1만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실제로 외상환자 중 사망환자의 지역별 비율을 살펴보면 7개 특별, 광역시도에 비하여 9개 도 지역은 약 50% 이상 더 사망하고 있으며 중증 외상환자를 볼 때에도 서울지역이 약 8% 사망인데 비하여 전남지역은 13%에 달할 정도로 지역간 건강 불평등도 심각하다.



 


정부 외상진료체계 구축방안의 특징



 


정부의 기본 안은 16개 행정구역별로 적절한 규모 즉 연간 1만명 이상(보도에는 무려 2만 명으로 표현됨)의 중증 외상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중환자시설 (약 40병상)과 약 20-30명 규모의 외상전담 전문의를 각 센터에 배치하는 안으로 기본적인 모형은 정부지원에 기반한 외상진료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정부가 이러한 안을 선택한 배경에는 외상진료가 수입대비 자원투입이 많아 민간병원이 투자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에 외상진료에 따른 손실비용 혹은 외상진료에 투입되는 인력에 대한 지원비용을 부담함으로써 여타 다른 질환의 진료와 비교하여 병원의 경영수지에 악영향을 주지 않겠다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 확실한 방법은 외상진료 수가를 구조적으로 변경하여 민간 병원 전체가 외상환자 진료에 매력을 느끼도록 하는 것인데 이럴 경우 건강보험 구조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어 정책적 여지가 많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전체 시설 투자비 약 1,020억 (80억*16개소)과 연간 운영비 최대 320억 (20억* 16개소)를 투입하여 현재 32%의 예방가능한 사망률을 약 20%대로 낮추는 전략을 제시하였다.



 


정부 정책의 문제점



 


 이와 같은 정부 투자에 따른 외상진료체계 구축의 성공 조건으로는 1) 16개 시도에 중증외상환자가 순조롭게 이송된다는 점 2) 16개 시도에 전담의사가 순조롭게 근무하게 된다는 점 3) 16개 시도의 병원이 약 2만명 규모의 외상환자 진료를 순조롭게 수행한다는 점 등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사실 각 조건을 충족시키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데 문제의 본질이 있다.



 


1) 16개 시도의 중증외상환자는 순조롭게 권역별 외상센터로 이송될 수 있는가?


외국의 외상진료체계를 살펴보면 중증외상환자 이송진료체계의 핵심은 병원전단계, 즉 구급단계 이송체계의 전문성 확보이다. 현장에 파견된 구급대원이 환자의 중증도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필요할 경우 헬기를 요청하여 고비용 이송수단을 사용하고라도 중증 환자를 중증환자 전용시설로 이송하는 시스템 운영이 필수적이다. 미국, 독일 등 외상센터의 성공한 사례와 경험은 현장 평가의 전문성과 협력이 있어야만 고비용 구조의 외상진료센터가 동네병원이 되지 않고 2만명에 달하는 중증외상환자를 골라 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현재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하여 소방방재청과 전혀 업무협력 논의를 수행하지 않고 경쟁구도로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두 부처가 따로 운용하게 된 헬기이송시스템이다. 이 헬기 이송시스템은 결과적으로 외상 이송체계의 분립을 유발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정책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구급체계의 협력이 없이 외상체계는 진보하기 어렵다.



 


2) 16개 시도 외상센터에 외상전담의사가 순조롭게 근무하게 될 것인가?


 외상전문의는 현재 외과계 출신의 전문의들이 2년의 추가적인 외상진료 경험과 훈련을 쌓은 후 가지게 되는 세부전문의이다. 이 세부전문의는 자체적으로 레지던트를 선발하지 않기 때문에 외과계 전문의를 수련한 의사들이 지원해야 한다. 또 2년간의 추가적인 교육 훈련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매력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알다시피 외상진료는 24시간 근무체계이어야 하고, 가장 어렵고 힘든 진료인 응급환자와 중환자라는 기피 업무를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편하고 돈을 많이 벌고 싶어하는 젊은 의사들의 욕구와는 정반대의 경향을 보인다. 더구나 수도권 3개 시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외과 흉부외과 등 관련 과목의 전공의가 50%도 지원하지 않고 있으며, 내과계지원자도 부족한 형편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고되고 힘든 외상외과 세부전문의를 많은 의사들이 지원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중증외상환자를 돌보기 위한 특별한 사명감을 가지지 않은 이상, 적절한 보수와 지원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현재의 수가로는 병원이 나서서 이러한 지원책을 마련하기는 어렵다. 결국 정부가 지원한 예산으로 인력을 확보하여야 하는데, 획기적인 지원계획을 수립하지 않으면 상당수 외상센터는 외상의료진 부족상황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전공의가 없는 대형병원에서 전문의만이 진료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으로 최악의 근무조건임을 임상의사들은 대개 잘알고 있다. 따라서 16개 시도 외상센터에 의사들이 근무할 수 있을지가 가장 염려스럽다. 연간 7억-27억을 2O명의 의료진 인건비로 사용한다고 하는 구상은 현실적으로 외상전담의사들을 결집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병원이 추가적인 부담을 하여야만 이를 해결할 수 있다.



 


3) 16개 시도 외상센터들은 2만 명 규모의 외상환자를 진료할 수 있을까?


대략적인 기준이지만 외국의 외상센터의 경우 5000명-8000명 규모의 중증외상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이정도 규모로도 병원의 적자나 경영악화가 없거나 오히려 적정 수지를 유지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국내의 경우 40병상이 중환자실을 기반으로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할 경우 대략 40병상 내외의 일반병상도 유지하여야 한다. 대락 24일 정도의 평균 입원일 중 약 반은 중환자실에서 약 반은 병동에서 진료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연간 중환자실을 이용할 수 있는 환자 수는 재실 기간 12일 기준으로 약 1,217명 정도에 불과하다. (40*365병상=14,600병상일, 이를 12일로 나누면 1,217명). 재실기간을 10일로 줄여도 1,460명 규모의 환자진료밖에는 불가능하다. 이렇게 본다면 연간 중환자실 치료환자규모는 재실기간 16개 기관 전체 합하여 23,360명정도이다. 응급실을 이용한 전체 중증환자 추정 규모 19만명의 약 12%에 불과하다. 즉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외상진료체계는 기존 시스템을 88% 이용하고 새롭게 구축된 외상전담 시설 및 인력은 약 12%가 이용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는 대단히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대다수 중증외상환자들은 기존시스템에서 해결되지 않고 있을 것이다.



 


해결방안



 


시설비 1천억원과 연간 운영비 300억씩 투자되는 이번 외상진료체계는 이송효율성이 담보되지 않고 핵심인력을 확보하기에는 예산이 부족하며 대략 12%의 환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사업으로 평가된다. 당연히 거점병원이 위치하고 있는 대부분 도심지역 환자들에게 혜택이 우선시 될 것이며 이로 인한 건강 불평등의 더욱 격차가 커질 것이다.



이 문제 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광역별 거점 외상병원 설립을 다시 검토하여야 한다. 애초 정부는 6개 광역에 이송체계와 협력하고 연간 21,500명의 중증 외상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포괄적인 수준의 거점 외상센터를 구상하였다. 정부가 한 개소당 800억원 가까운 투자를 통하여 거점 외상병원을 건립하고 이 곳에서 전문인력의 양성을 전담하는 방안이었다. 전국 6개소가 약 13만명의 환자를 치료하도록 설계되었다. 광역별로 배치되어 구급차와 헬기를 이용하는 효율적인 이송망이 작동하도록 고안되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심사에 비용 대비 편익이 낮다는 이유로 그 계획이 수포로 되었다. 이제 땜질식 공공의료로 노선이 전환된 것이다.



외상분야는 시장이 실패한 영역이며 장기적으로 시장질서에 의하여 수복되기 어려운 치명적인 구조적 약점을 가진 영역, 즉 의료자원의 투입이 과도한 영역이다. 민간은 이 영역에서 성공하기 어려우며, 정부가 운영, 서비스 제공, 인력 양성 등 제반 영역을 직접 지원하지 않으면 그 수준이 높아지기 어렵다. 시장실패 영역이지만 그 공공성이 가장 높은 외상응급진료 부분에 대한 정부의 책임성이 강화되어야만 그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 현재 추진중인 16개 시도에 권역별 외상센터를 배치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되 4-6개 정도의 거점 광역 외상센터를 국가가 지원 건립하여 해당지역의 외상진료의 중심으로 운영하는 추가적인 안이 필요하다. 이렇게 배치하면 환자 수용 능력 역시 90%에 다다르고 건강 불평등의 완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마치며



 


정부가 추진 중인 외상진료체계는 애초 외상수요를 충당하지 못하는 계획으로 수정되었다. 현재 추진 중인 계획으로 충분하지 않으며 오히려 광역별 거점 외상병원을 공공병원으로 육성하는 정책이 다시 검토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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