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의료계의 만성질환관리제와 의료분쟁조정제도 참여거부는
아무 명분 없는 ‘폭거’이다.
1. 대한의사협회가 최근 만성질환관리제 전면거부에 이어 의료분쟁조정제도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모두가 인지하듯이 완전무결한 정책은 없으며 따라서, 정책의 실효성과 관련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 부적절한 것은 아니다. 누구나 정책의 감시자가 될 수 있으며 의료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의료계가 보이고 있는 작금의 태도는 제도설계와 관련된 그간의 논의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고 제도시행 자체를 무력화 하겠다는 매우 의도적인 행동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금하기 어렵다.
2. 정부가 시행하고자 하는 '만성질환관리제'는 주로 의료기관간 기능 재정립이라는 명분하에 그리고 '의료분쟁조정제도' 는 의료분쟁조정법을 근간으로 시행되는 제도이다. 그러나 두 가지 제도는 원안과는 사뭇 다른 변형된 형태로 설계되었으며, 여기에는 의료계가 기여한 바가 크다. 현재 의료계의 집단반발 움직임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정부는 오히려 제도설계과정에서 의료계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하는 등 편향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 사실상 '만성질환관리제'는 의료기관기능재정립 목적과는 관련성을 찾기 힘든 변질된 제도라고 보아야 한다. 환자의 의사 선택권 등을 골자로 하는 '선택의원제' 논의 과정에서 의료계의 요구를 전면적으로 수용, 환자가 의료기관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가 자격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변질되었고, 이외 '복수 의원' 선택을 가능케 하여 선택의사의 질 관리가 구조적으로 제약받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사실상 '선택의원제'는 '만성질환관리제'라는 이름하에 그 목적이 변질되어 실효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반쪽자리 제도가 되어버렸다.
3. 의료분쟁조정제도는 환자의 '권리구제' 차원에서 반드시 시행되어야 하는 제도이다. 특히, 분쟁조정 기능이 정착된다면 의료인과 환자간의 법적 갈등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어 환자뿐만 아니라 의료인 입장에서도 불리한 제도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협은 조직적 으로 의료분쟁조정제도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의한 바 있으며 신임회장 명의로 회원들에게 분쟁조정신청에 응하지 않도록 하는 서한을 보내는 등 무책임한 작태를 보이고 있다. 특히, 조정신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 이를 강제할 만한 강제규정이 없어 '각하' 처리되는 제도적 한계를 역이용하여 회원들의 참여거부를 독료하고 있어, 그 방식이 더욱 졸렬하다. 의료계가 독소조항이라고 일컫는 내용 중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의 재원은 정부가 한 발 물러나 정부, 의료계 부담 원칙을 5:5에서 7:3으로 완화하였고, 이 또한 제도시행 이후 분담율의 재검토 여지를 두고 있다. 더구나 시행시기도 올해가 아닌 내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산하 위원회의 의료진 비율이 과반수이어야 한다는 의협의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 중재원은 그야말로 의료분쟁과 관련해 '조정'을 담당하는 기구이지 의료분쟁의 책임소재를 두고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는 곳이 아니다. 위원회 구성 비율을 특정 직능으로 편향되도록 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않으며, 조정 결과의 신뢰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의협의 문제제기는 분쟁조정기능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이는 피해구제를 요구하는 환자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4. 제도설계를 위한 논의과정에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등 공급자 단체도 참여하여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수렴과 견해 차이를 좁혀 온 바 있으며, 시민단체들은 정부와 공급자 단체와의 조율과정에서 두 제도 모두 제도의 핵심이 변형되어 이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밝힌 바가 있다. 그러나 막상 제도시행 단계에 와서 의협이 제도시행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이며, 그럴 바에야 처음부터 논의과정에 참여하지 않았어야 할 것이다. 의협은 지금 지신의 이익만을 극대화 하겠다는 아전인수의 극단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이라도 극단적인 집단행동을 자제하고 보건의료의 진정한 파트너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 사회적 합의 결과를 이렇듯 가볍게 뒤집어버리는 의사협의의 ‘폭거’를 상식적으로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끝-
2012년 4월 13일
건강세상네트워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