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논평

제목[성명] 정부는 왜 가난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가?2012-06-04 00:00


 


정부는 왜 가난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가?


- 기획재정부는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본인부담금 인상 계획을 철회하라!


 


 



지난 1일 기획재정부는 관계부처 장관, 재정분야 전문가를 모아 제1차 재정관리 협의회를 열어 [기초생활보장지원사업군 심층평가 결과 및 지출성과 제고방안]을 논의하였다고 발표했다.


이 논의에서 기초생활보장 지원사업에 대해 재정지출의 효율성·형평성, 근로능력자 관리 및 근로·탈 수급 유인체계가 미흡하고, 의료서비스 과다이용의 문제가 있다고 평가하였다. 이 평가를 바탕으로 기획재정부는 지출성과 제고방안으로 낮은 본인부담금에 따른 의료이용의 도덕적 해이가능성이 높아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억제하기 위해 의료급여 본인부담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이는 2006년 참여정부 당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내세워 본인부담제를 신설한 이래, 가난한 사람들의 의료이용을 인위적으로 축소하고, 의료이용에 대한 책임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떠넘겨 온 개악정책을 답습하고 있다. 당시 가난한 이들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담보로 ’04~’06년간 평균 21%에 달하던 의료급여 진료비 증가율이 ’07년에는 7.6%로 낮아져, 연간 2,400억 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보편적 복지가 칼끝의 꿀처럼 위험한 것이라고 하더니, 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매년 보건 복지 예산을 늘려왔다.”며 스스로 복지 선진국이라고 우스운 자화자찬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늘어난 복지예산 대부분은 기초노령연금 지급대상 확대분과 건강보험 재정부담금 등 어쩔 수 없이 늘어나는 법정의무지출들 이었다. 오히려 빈곤, 취약계층과 직결되는 사업비는 지속적으로 삭감되었고 올 4월 사회복지통합전산망을 통해 복지수급자 일제정비조사를 통해 116천명에 이르는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정지시켰다.


 


지속적인 경제위기로 빈곤과 불평등이 급속도로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비현실적인 부양의무자 기준과 재산 및 소득기준으로 인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정부발표 자료로 410만 명이 넘는다. 또 최저생계비 이하 빈곤층이 600만명으로 조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기초법 수급자는 전 국민의 3%(157만명 2010년기준)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로 보아도 이 정부가 수급자 보호와 탈 수급에 대해 말은 하지만 실상은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매우 가혹한 정부인 것이다.


 


기초생활 수급자가 복합적인 질병을 얻었을 때 자유방임적이고 과잉진료를 하는 현재 의료시스템 하에서는 본인부담금이 늘어나면 의료이용을 포기하는 이들은 더 늘어날 것이다. 이미 조사결과에서도 지원되지 않은 의료비 때문에 수급자가 의료이용을 포기한 경험이 20~26%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나 이는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문제는 과잉진료가 얼마든지 가능한 의료서비스 공급체계에 있지 이를 이용하는 기초수급자에게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이들이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주치의 제도와 같은 정책변화를 통해 의료이용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수급자의 도덕적인 해이를 거론하며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낙인을 조장하는 본인부담금 인상 정책은 교묘한 책임전가이다. 정부가 근본적인 과잉진료 공급체계를 개편하는 일에 대해서는 의료계 반발을 의식하여 무기력하면서도, 가난한 국민에게는 도덕적 해이라는 낙인을 전가시키는 짓이야 말로 이 정부의 도덕적 해이를 드러내는 진면목이 아닌가 한다. 언제까지 약한 국민들에게 강하고, 강한 기득권에는 약한 정부의 모습을 변명할 것인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본인부담금을 높여 의료급여 제도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겠다는 기획재정부의 이번 발표는, 자신들의 의사를 잘 표현하지 못하고 제도 변화에 저항하기 어려운 수급자들의 권리를 무시하는 것이다. 정부는 경제 위기의 책임을 왜 가난한 사람들에게 전가시키는가?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도덕적 헤이라는 낙인을 함부로 찍어도 되는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서 유독 엄한 잣대를 들이 되는 이 정부의 도덕성은 과연 얼마나 높은가? 가난한 국민도 국민이다. 아니 가난한 국민을 적극 보호하고 존중하는 정책적 배려야 말로,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빈곤과 불평등의 문제는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문제이다. 더이상 가난한 국민 개인들에게 빈곤과 복지의 책임을 떠넘기는 꼼수로 정부의 책임회피를 변명하지 말라. 재차 강조하거니와 가난과 불평등은 사회의 제도와 시스템을 바꾸고 공적 책임을 강화시키는 방향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가난한 이들의 삶을 더욱 악화시킬 의료급여 본인부담금 인상 계획을 당장 철회하고 이들의 건강권과 생명권 평등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더욱 더 확대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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