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논평

제목[기고] 팔천원2011-10-10 00:00


[편집자 주]


건강세상네트워크에서는 의료급여 10년을 맞이해 지역보건소에서 일하시는 저소득층 상담 방문간호사 분들과 함께 의료급여 대상자들을 방문하고 있다. 방문간호사들은 저소득층 의료접근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 내 차상위계층과 의료급여대상자를 찾아 이들의 일상적인 건강관리를 방문을 통해 관리해준다. 주로 만성질환관리나 약 복용 여부확인, 중복된 약 체크, 병원이용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 이외에도 의료급여 대상자들의 소소한 일상까지도 함께 하면서 이들과의 친밀감이 매우 높았다.


그러나 구청에 소속된 대부분의 방문간호사들은 기간제 노동자로 10개월 정도만 일을 할 수 있다. 저소득층 가정이 대부분 병원이용을 어려워하기 때문에 방문간호사들의 의존도가 매우 높고 지속적인 관심과 건강관리가 필요하나 방문간호사의 노동조건과 시스템의 문제로 그 피해가 저소득층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었다.


다음의 글은 서울의 한 구청에서 근무하는 방문간호사가 건강세상네트워크에 보내온 글이다.


 


 





팔천원


 



건강세상네트워크라는 시민단체에서 우리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함께 대상자를 방문해도 되느냐고 전화가 왔다. 우리가 하는 일을 보고 싶다고 한다.


 



오늘 하루 대상자 집을 함께 방문했다. 고혈압에 관절염 증세가 심해서 똑바로 허리도 펴지를 못하는 82세 된 분이다.


혼자 사신다.


 



방문간호를 마치자 마자 할머니가 말씀하신다.


 


“점슴 때가 다 된는디 밥 먹구 가~ 그냥 가면 안뎌.


요기, 옆집에 짜장면집이 생겼는디 둘이 가서 먹어.


매븐 아무것도 안 먹구 그냥 가서 내가 얼매나 서운 헌디......”



 


귀 한쪽이 청력장애가 있어서 큰소리로 말한다.


“둘이 가서 꼭 먹구 가야뎌.~ ”


 


할머닌 동그랗게 말린 천원짜리 지폐 여덟장을 세어서 내손에 쥐어주신다.



 


지금은 허리가 아파서 폐지 수집을 못하지만 전에는 거의 날마다 폐지를 수집하였다. 길거리에서, 가게 앞에서 종이박스를 모아서 돈을 만들려면 많은 시간을 거리에서 살아야 한다.



재래시장에서 돈 천원의 가치는 대단하다. 콩나물을 한봉지 사거나 작은 분량의 아욱도 한단 살 수 있거나 사과도 한 알 살 수 있다. 꼬깃한 할머니의 돈 팔천원은 며칠간 시장을 볼 수 있는 큰돈이다. 한참을 벼른 듯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다음에 와서 먹을께요.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요. 다음에 사주세요.”


몇 번이나 사정하다시피 거절을 해도 할머니는 내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으신다.


 



난처한 얼굴로 돈을 내려놓을 곳을 찾지만 할머니는 고집스럽게 내 등을 밀며 어서가라고 한다. 돈 팔천원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떠밀리다시피 밖으로 나왔다. 할머니가 내손에 꼭 쥐어준 돈 팔천원을 손에 들고.


 



이걸 어떻게 되돌려 줘야 할머니가 기분상하지 않을까 고민하면서. 함께 온 시민단체 활동가가 한마디 한다.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는게 이런거군요....”


 



참고로 "나는 보건소 방문간호사다".


내가하는 일은 저소득층 취약가구를 방문하여 그분들의 건강을 돌보는 일을 한다.




 


구로보건소 저소득층 상담방문간호사 최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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